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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수수료 꼼수 인상… ‘공공의 적’ 된 배달의민족

입력 2020-04-06 04:10:0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업이 성행하는 가운데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광고 수수료 체계를 바꾸면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정치권에서도 배민·요기요·배달통 배달앱 3사의 독과점 횡포와 소상공인의 부담 가중을 우려하고 나섰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의 합병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정책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 거래와 배민 수수료율이 과도하게 책정된 부분이 있다. 중소유통상인보호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중소상인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담겠다”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일부터 광고료를 정액(8만8000원)으로 부과하는 ‘울트라콜’ 방식에서 매출의 5.8%를 수수료로 받는 정률제 요금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우아한형제들은 14만여 입점 업주 가운데 10만여 업주가 이 요금체계에 편입됐다고는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수수료 인상 꼼수”라는 비판과 반발이 쏟아졌다.

서울 강동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 “우리는 ‘깃발꽂기’로 광고료를 한 달에 약 20만원 정도 냈는데, 정률제로 바뀌면 적어도 몇십만원은 더 내야 한다. 매출이 더 오를 거라는 전망도 없는데 비용 부담만 커진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소상공인연합회도 논평을 내고 “정액제보다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정률제가 소상공인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며 “배민이 수수료를 유례없이 폭등시켰다”고 지적했다. 소공연은 “바뀐 가격 정책으로 기존보다 적은 수수료를 내는 구간은 월 매출 155만원 이하”라며 “대부분의 소상공인은 수수료율 인상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 주장에 힘을 보탰다. 그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로 불평등과 격차를 키우면 결국 시장경제생태계가 망가지고 그 업체도 결국 손해를 본다”며 “독과점 배달 앱의 횡포를 억제하겠다”고 적으며 여론을 달궜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은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에 팔린 지난해 12월부터 관측돼 왔다. 이로써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 딜리버리히어로가 시장을 독점하면 ‘수수료 인상은 수순’일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소상공인은 비용 부담이 커지고 소비자들에게도 이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함께 제기돼 왔다.

배민은 ‘부당한 수수료 인상은 없다’ ‘요기요, 배달통 등과 경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이번 개편으로 수수료 인상이 현실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공연은 현재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 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에 “배민의 꼼수 가격 인상에 대해 상세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배민 측은 시스템을 공정하게 개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광고 수수료를 정률제로 하면 업주들은 수수료율을 고르게 부담하고 이용자들은 식당과 메뉴의 선택권이 커지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같은 플랫폼 내에서는 모든 입점 업체가 똑같은 광고 효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광고비 경쟁이 아닌 맛과 서비스로 경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진영 문수정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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