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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 모른다는 박사… 범죄단체 처벌 쉽지 않을 듯

입력 2020-04-07 04:10:01


‘박사’ 조주빈(25·구속)씨와 공범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 관건은 조씨 일당에게 범죄단체에 준하는 지휘·통솔체계와 조직적인 역할 분담이 있었는지 여부다. 법조계에서는 조씨 일당에게 폭력·마약·보이스피싱 조직 수준의 통솔체계와 행동강령 등이 없었다면 범죄단체를 조직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씨 측은 범행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범죄단체를 조직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조씨 측은 지휘·통솔체계나 행동강령이 없었고 공범들과도 실제로는 모르는 관계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범과의 역할 분담에 대해서도 “역할을 나눈 건 아니고 그때그때 심부름을 시킨 것일 뿐”이라고 했다.

조씨는 텔레그램 박사방을 공동 운영자 3명(‘부따’ ‘사마귀’ ‘이기야’)과 관리하면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나체 사진·영상 등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회복무요원 강모씨와 최모씨를 통해 피해 여성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린 다음 협박해 성착취물을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씨와 공범들이 저지른 일련의 범행 과정에 대해 범죄단체를 조직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면 범죄단체를 결성하면서 목적으로 삼았던 죄의 형으로 처벌된다. 실제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어도 조직 가입만으로 처벌 가능하고, 공범도 조직 내 지위에 무관하게 중형을 받을 수 있다. 조씨 일당이 아동·청소년보호법상 음란물 제작(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목적으로 범죄단체를 조직했다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 있다.

법조계는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가능성을 신중하게 보고 있다. 폭력·마약·보이스피싱 조직 수준의 지휘·통솔체계와 행동강령을 갖고 있는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까다로운 죄목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조씨 일당 유형의 범죄에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한 전례가 없다”며 “검찰에서 의율하더라도 법원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잣대는 엄격하다. 대법원은 2017년 10월 보이스피싱 조직을 범죄단체로 처음 인정하면서 공동의 범죄 목적, 다수인의 계속적인 결합, 조직 내부 위계와 역할 분담이 이뤄진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범죄단체 성립 요건으로 들었다. 이후 하급심은 ‘수괴-간부-행동대원’으로 이어지는 통솔체계와 탈퇴 조건 및 범행 방침 등 구체적 행동강령을 갖춘 경우를 범죄단체로 보고 있다.

성착취 범행의 심각성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범죄단체 인정이 까다로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성착취 사건의 심각성과 사회적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범죄단체조직죄로 엄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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