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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 아픈 무릎 방치땐 퇴행성관절염 일찍 온다

입력 2022-06-13 21:15:01
30대 여성이 고려대안암병원 스포츠의학센터에서 물리 치료사 도움을 받아 무릎 관절과 주변 근육의 강도, 지구력 등을 검사하고 있다. 이곳에선 수술이나 약물 치료 외에 연령별로 개인 맞춤형 운동 처방을 통해 스포츠 손상 환자를 치료한다. 고려대안암병원 제공




격한 스포츠 즐기며 무릎에 무리
관절 뒤틀리거나 점프 등에 파열
다리 풀리고 부기 안빠지면 의심

평소 등산을 즐기던 30대 여성 A씨는 최근 왼쪽 무릎 상태가 좋지 않음을 직감했다. 무릎이 빠질듯한 통증이 한 달 넘게 지속됐고 부기도 빠지지 않았다. 단순 근육통인가 싶어 파스를 바르고 온찜질도 해 봤지만 차도가 없었다. MRI촬영 결과 안쪽 무릎의 ‘반월연골판’ 일부가 찢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산을 오르내릴 때 발을 헛딛거나 미끄러지곤 했는데, 그 때 무릎이 뒤틀리면서 반월연골판에 급성 손상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게 의사 설명이었다.

요즘은 젊은층도 남녀 불문하고 등산이나 골프 등 레저 활동에 적극적이며 축구나 농구 야구 주짓수 같은 격한 스포츠도 많이 한다. 이런 운동을 즐기다 보면 다양한 부위에 부상을 입을 수 있는데, 그 순간에는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다가 이후 심각하게 진행되는 질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A씨가 경험한 무릎 반월연골판 파열이 그런 스포츠 손상 중 하나다.

반월연골판은 허벅지와 종아리뼈 사이에 있는 반달 모양의 C자형 연골 조직이다. 고무같이 탄력이 좋아 무릎에 가해지는 체중의 충격을 흡수하고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무릎이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관절 내 윤활 기능도 한다. 무릎 관절에는 안쪽과 바깥쪽에 두 개의 반월연골판이 있는데, 안쪽 것이 바깥쪽 것 보다 조금 더 크다. 근래 이런 반월연골판에 급·만성 손상을 입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려대안암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장기모(정형외과) 교수는 13일 “스포츠 인구의 증가와 고령화, MRI 등 정밀진단 장비의 발전으로 최근 5~10년 사이 반월연골판 손상 진단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비교적 젊은 인구에서는 격한 운동 중에 초래되는 ‘급성 반월연골판 손상’이, 중장년층에선 관절의 퇴행성 변화와 함께 ‘만성 연골판 손상’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 통계에 따르면 반월연골판 손상 환자는 2017년 17만567명에서 2018년 17만13명, 2019년 18만2651명으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2020년 16만2810명, 2021년 15만4536명으로 2년 연속 줄었다. 다만 2020년 이후 감소세는 코로나19 유행의 영향으로 스포츠 활동이나 병원 방문이 제한됐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반월연골판 손상은 40~60대 여성에서 발생률이 높은데, 이 경우 급성 손상 보다는 만성 손상이 더 많다. 10~30대는 남성 환자들이 더 많고 운동이나 사고로 인한 급성 손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축구 야구 농구 등 갑자기 방향을 틀거나 점프 동작이 많은 스포츠 활동 중에 급성 손상을 겪기 십상이다. 축구를 하다 무릎이 종종 과도하게 구부러지거나 뒤틀릴 때, 또는 태클 같은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아 쓰러질 때 위험하다. 50대 미만의 경우 이런 격한 운동 중 무릎에 무리한 힘이 가해져 반월연골판이 파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50대 이상에서는 운동이나 스포츠 활동보다는 주로 관절 자체가 퇴행하며 발생한다. 나이가 들면 반월연골판이 점차 약해지고 얇아지는데, 그 과정에 비교적 작은 외력에도 쉽게 파열되는 것. 심지어 쪼그려 앉거나 제자리 앉았다 일어날 때 같은 일상동작 중에서도 손상될 수 있다.

반월연골판이 손상되면 통증이 1~2주 지속되고 반대편 무릎에 비해 눈에 띄게 붓는다. 파열 부위가 작고 파열 양상이 안정적이면 증상을 못 느낄 수도 있다. 해부학적으로 반월연골판은 가장자리를 제외한 3분의 2가량은 혈관과 신경이 분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하지만 파열이 클 경우 찢어진 연골판 조각이 위아래뼈 관절면 사이에 단단히 끼여 빠지지 않으면서 통증과 함께 무릎이 펴지지도 구부러지지도 않는 ‘관절 잠김(locking)현상’이 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운동 중 무릎에 뚝 소리가 나면서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활동 중 다리가 풀리거나 무릎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 때, 무릎을 구부리고 앉을 때 찌릿한 통증이 있는 경우, 무릎에 통증이 있으면서 부기가 며칠간 지속되는 경우, 무릎과 무릎 사이 살짝 들어간 곳을 누를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 반월연골판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장 교수는 “파열을 방치하면 2차적으로 관절 연골을 닳게 해 장기적으로는 조기에 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실제 10·20대 때의 급성 반월연골판 손상을 제대로 치료 안 해 30·40대인데 70대 이상에서 보이는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고 했다.

반월연골판 파열이 있다고 해서 모두 수술하는 건 아니다. 운동 치료나 간헐적인 약물, 주사 치료 등을 통해 가급적 수술을 피하면서 무릎 관절 기능을 유지하도록 한다. 하지만 파열 크기가 크고 불안정한 양상이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많은 부분이 파열된 경우 동종(사체)의 반월연골판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퇴행성관절염 진행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장 교수는 “비수술이든 수술 치료든 간에 생활습관이나 활동 방식에 따라 재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반월연골판에 부담을 주는 과체중, 부하가 많이 가는 활동이나 자세를 피하고 무릎 주변 근육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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