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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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아버지의 행복

입력 2022-08-01 03:05:01


토요일 아침이면 술을 마시러 나갔답니다. 저녁에 돌아와서는 아버지에게 술주정을 이어 갔습니다. “그만두세요. 월급도 못 받잖아요. 창피해요.” 아버지는 20명이 모이는 작은 이민교회 목사님이셨습니다. 그 자리에는 원로목사님과 아버지에게 무례한 행동을 일삼는 원로 사모님도 계셨습니다. 43세에 목회를 시작하신 아버지는 47세 때 추수감사주일에 설교하시다가 쓰러져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아버지의 일기장이 담긴 박스를 건네주셨답니다. 아버지가 목회하시던 시기 일기장을 읽어보았는데 뜻밖에 감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매 주일 원로목사님과 사모님에 대한 감사도 있었고 모든 일기 끝에는 “쏠라 피데, 쏠라 그라티아(Sola fide, Sola gratia·오직 믿음, 오직 은혜)”라고 적어 놓으신 것입니다. 아들은 불행하게 보고 있었는데 정작 아버지는 가장 행복한 목회를 하셨던 것입니다. 그 아들은 술을 끊고 아버지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어 목회자가 됐습니다.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 목사님의 이야기를 며칠 전 들으며 진정한 행복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김성국 목사(미국 뉴욕 퀸즈장로교회)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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