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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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설교] 나는 내 형제를 지키는 자입니다

입력 2022-09-27 03:10:01




지난 8월 한반도 중부지방에 폭우가 내려 7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되는 큰 인명피해가 있었습니다. 특별히 이 폭우로 인해 반지하에 살던 여성 3명이 목숨을 잃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 침수로 3명이 갇혔다는 신고가 접수되었지만, 안타깝게 결국 사망한 것입니다.

이 사건 이후 서울시는 지하·반지하주택은 주거 용도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반지하에 사는, 아니 살 수밖에 없는 주민들은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우리 사회에 되묻습니다. 침수로 인한 피해를 막겠다고 반지하를 그냥 없애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사회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사회문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나의 문제가 아니고, 구원의 문제가 아니므로 국가와 사회에 모든 것을 맡기고 그저 우리는 기도만 해야 할까요?

미국의 제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2004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있었던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다음과 같은 찬조 연설을 합니다.

“만일 시카고 남부에 글을 읽지 못하는 소년이 있다면, 그 아이가 저의 아이가 아닐지라도 그 사실은 제게 중요합니다. 만일 어딘가에 약값을 낼 수 없는 노인이 의료비와 월세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그녀가 저의 할머니가 아닐지라도 저의 삶마저 가난하게 됩니다. 만일 어떤 아랍계 미국인이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체포당했다면, 그것은 저의 시민권에 대한 침해입니다. 저에게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믿음이 있습니다. 저는 제 형제를 지키는 자입니다. 저는 제 자매를 지키는 자입니다. 이것이 이 나라를 작동하게 만듭니다. 이것이 우리가 각자의 개인적인 꿈을 추구할지라도, 미국이라는 하나의 가족으로 모이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럿으로 구성된 하나입니다.”

이후 버락 오바마는 2008년 대통령에 당선되고, 2012년에는 재선에 성공하게 됩니다.

창세기 4장 9절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아벨을 죽인 형 가인에게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십니다. 이에 가인은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입니까”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 오바마는 “저는 제 형제자매를 지키는 사람입니다”라고 답변한 것입니다.

이스라엘에는 고아, 과부, 나그네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를 지켜야 하는 ‘고엘’이라는 사회보호제도가 있습니다. 이는 이스라엘이 지켜도 되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그런 제도가 아닙니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제도입니다. 왜냐하면, 고아, 과부, 나그네의 고엘은 다름이 아닌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이를 어긴 결과가 사사기 19장에 기록된 이스라엘 11지파와 베냐민과의 전쟁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 우리에게 “반지하에 살던 3명의 여성은 어디 있는가”라고 질문하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나님의 이 질문에 답변해야 할 것입니다. 나는 나와 내 가족만을 지키는 자인지 아니면, 우리 사회 안에 불행을 겪는 모든 사람을 지키는 자인지를 말입니다. 주저하는 우리에게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그들의 고엘이다.”

교회는 사회적 약자들이 불쌍해서, 아니면 우리의 삶의 처지가 그들보다 나아서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가 이들을 지키는 자이기 때문입니다.

오세조 목사(팔복루터교회)

◇팔복루터교회는 미국 미주리-시노드 루터교회가 한국에 루터교 선교를 시작한 지 4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루터대학교 내에 세운 ‘루터교 한국 선교 40주년 기념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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