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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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제 목숨을 잃으면

입력 2022-12-20 03:05:01


황해도 해주에 아주 충성스러운 머슴이 있었답니다. 어느 날 새벽 마주친 주인이 머슴에게 ‘오늘은 연평도에 갔다 와야겠다’ 했습니다. 이른 조반을 마치고 주인이 머슴을 불렀지요. 그런데 이 머슴이 없네요. 아무리 찾아도 온종일 코빼기도 안 보입니다. 주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해 넘어 어둑할 즈음, 초주검이 된 머슴이 달려와 쓰러지며 말했습니다. “주인님, 연평도에 다녀왔습니다.” 이거 이 머슴 뭐지요. 다녀와야겠다는 말 떨어지기 무섭게 맨손으로 바다를 건너갔다 온, 이 화상을 어쩌면 좋겠습니까.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막 8:36, 새번역)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베드로는 예수님께 ‘선생님은 그리스도십니다’ 하고 고백했습니다. 참 훌륭한 신앙 고백입니다. 그런데 그 직후에 예수님은 그에게 사탄이라고 책망하셨습니다. 왜 무엇 때문일까요. 베드로의 신앙 고백에는 십자가 고난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베드로는 영광만을 생각했던 것이지요. 조심해야 합니다. 십자가 없는 제자란 빈손으로 연평도에 다녀온 머슴이나 매한가지입니다.

서재경 목사(수원 한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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