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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수록 베풀며 살아야… ‘기부의 맛’ 느껴보세요”

입력 2022-12-29 03:05:01
최근 경기도 성남시 만나교회에서 만난 이응도 장로. 이 장로는 “기부를 꾸준히 하면서 뭔가를 받는 것보다 남에게 뭔가를 주는 게 더 기쁜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성남=신석현 포토그래퍼


인터뷰는 1시간 넘게 이어졌는데 그동안 어떤 곳들에, 총 얼마를 기부했는지 물어도 정확한 답변은 들을 수가 없었다. 인터뷰 대상자가 자신이 실천한 나눔의 ‘규모’를 세상에 드러내는 일을 겸연쩍어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바로 경기도 성남시 만나교회에 출석하는 이응도(78) 장로다. 최근 이 교회 카페에서 만난 그는 “크리스천이라면 ‘사랑’ ‘나눔’ ‘감사’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장로를 만난 것은 국민일보와 ㈔월드휴먼브리지가 벌이는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기부’(세아기) 캠페인의 취지 중 하나를 드러내는 데 그가 적절한 사례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 취지는 바로 기부가 노년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이 장로는 70대가 돼서야 기부의 보람을 만끽하게 된 케이스다.

이 장로의 ‘기부의 삶’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살피려면 우선 그의 인생 스토리부터 소개해야 한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그는 영남대를 졸업한 뒤 가구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구 공장과 매장 등을 운영하다가 경북 포항에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설립된 뒤인 70년대엔 포항을 거점으로 삼아 가구를 만들어 파는 일에 몰두했다. 당시 포항에 있던 한 백화점 1개 층을 전부 본인의 가구 매장으로 운영할 만큼 사업은 번창했다.

90년대가 돼서는 선물 포장 사업을 벌였다. 과일이나 고기를 근사한 상자나 바구니에 담아 백화점 등지에 납품하는 일이었다. 그는 2년 전 은퇴하면서 사업체를 큰아들과 둘째 아들에게 물려줬다.

이런 이 장로가 힘들게 번 돈을 세상과 교회를 위해 내놓기 시작한 것은 70대가 돼서인 8년 전부터다. 당시 그는 교회 성도들과 케냐로 단기 선교를 떠났는데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아이들은 “짐승도 먹지 않을 법한 물”을 마셨고, 여성들은 그런 물을 긷기 위해 물동이를 짊어지고 도보로 4㎞ 넘는 거리를 이동하곤 했다.

“당시 우물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1000만원 정도였어요. 그 돈을 기부하고 우물이 완성될 때 현장을 다시 찾았는데 사람들이 정말 기뻐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이후 이 장로는 온두라스와 인천 강화에 각각 교회를 봉헌하는 일에도 힘을 보탰다. 월드휴먼브리지에도 매년 제법 많은 액수의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올봄엔 만나교회에서 은퇴 목회자나 선교사에게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사역을 벌인다는 소식을 듣고 5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옛날에 이런 꿈을 꾼 적이 있어요. 하나님께서 저보고 은퇴한 목회자나 선교사를 위해 집을 100채 지으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다음부터 항상 ‘하나님의 명령이니 따라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었죠. 한데 마침 올해 들어 만나교회에서 이런 일을 벌인다고 해서 동참하게 됐습니다. 제가 내놓은 돈이 평생 복음을 전한 이들이 편한 노후를 보낼 수 있게끔 해주는 사역의 마중물이 됐으면 합니다.”

그는 기부를 통해 나눌수록 기쁨이 커지는 진리를 깨닫게 됐노라고 했다. 그는 “나눔을 실천한 뒤 느끼는 기쁨, 바로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생각이 든다”며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베풀면서 살아야 한다. 그래야 자식들도 부모처럼 나눔의 삶을 살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장로에겐 자녀가 3명 있다. 그의 자녀들은 기부의 삶을 사는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버지의 사업체를 물려받은 두 아들의 경우 코로나19 탓에 제법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게 이 장로의 전언이었다.

“인생을 살아보니 고통이라는 것도 결국 하나님의 은혜더군요. 아들들이 지금 경제적으로 약간 버거운 상태일 수는 있지만 이겨낼 거라고 믿어요. 자식들은 제가 계속 기부 하는 것을 두고 반대 목소리를 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보다 더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어서 항상 제 뜻을 존중해주거든요(웃음).”

특별취재팀=조재현 우정민 PD

성남=박지훈 최경식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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