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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라식·라섹·렌즈삽입 후 뿌연 시야… 각막이식 늘고 있다

입력 2023-01-10 04:10:01
각막 이식 집도 장면. 바이러스 감염이나 여러 번의 안구 수술로 인해 시력을 잃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각막 이식 수요도 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각막에 뿌옇게 혼탁이 발생한 모습.



 
서구에선 유전적 각막혼탁 많지만
국내선 바이러스·안구수술이 주 원인
각막이식, 정상시력 회복 유일 해법
이식 대기자에 비해 기증 턱없이 부족
비영리 아이뱅크 설립 필요성 커져

25세 여성 A씨는 라식수술을 받은 이후 각막이 앞으로 부풀어오르는 부작용을 겪었다. 시야가 뿌옇게 보여 결국 새 각막을 이식받아야 했다. 37세 여성 B씨는 양쪽 눈에 안내렌즈삽입술을 받고 18년이 지난 시점에 역시 각막이식을 받았다. 안내렌즈삽입술은 각막을 깎는 라식·라섹과 달리 안구에 특수렌즈를 넣어 시력을 교정하는 방법으로, 고도근시이거나 라식·라섹이 힘든 이들에게 많이 이뤄진다. B씨의 경우 렌즈 삽입 후 각막내피세포의 밀도가 크게 감소하면서 시력 저하가 왔다.
 
각막이식 수요 증가
안구의 가장 바깥면인 각막이 여러 원인에 의해 투명성을 잃고 뿌옇게 되는 혼탁이 발생하면 시력이 떨어진다. 정상 시력을 회복하는 길은 각막이식이 유일하다. 서구는 유전적 원인(원추각막·푹스이영양증 등)에 의한 각막혼탁이 많은 반면 국내는 바이러스 감염이나 여러 차례 안구수술로 인한 경우가 더 흔하다.

각막질환연구회 회장인 이형근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9일 “백내장·망막수술을 했거나 안내렌즈삽입술 후 각막손상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사람들의 각막이식 수요가 증가 추세”라며 “특히 라식·라섹이나 안내렌즈삽입을 받은 이들은 1년에 한 번씩 점검해 각막내피세포의 밀도 감소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해서 각막이 망가져 오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어떤 종류이든 안구수술을 받으면 각막내피세포가 점차 줄어든다. 내피세포는 나이에 상관없이 1㎟당 700개 미만이면 각막 부종과 혼탁이 생기고 투명도를 상실해 각막이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여러 번 안구수술로 인한 일종의 상흔인 ‘인공수정체수포각막병증(PBK)’이 가장 많은데, 이 경우 각막을 이식받아도 예후가 좋지 않다. 이식 각막의 5년 생존율이 50%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각막이식은 각막 전체를 옮겨심는 전층이식과 각막내피세포층만 벗겨내 이식하는 부분층 이식으로 구분된다. 부분층 이식은 수술이 어렵지만 환자에게 꼭 필요한 부분만 이식하고 조직 손상이 많지 않아 이식거부반응이 적고 시력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또 필요 부위에 따라 하나의 각막으로 2명에게 이식도 가능하다.

부분층 이식 중에서도 기증 각막의 내피세포층에 붙어있는 ‘데스메막’만 벗겨내 환자 각막에 이식하는 ‘디멕(DMEK)’이라는 기법이 가장 까다로운데, 대신 시력 회복이 빠르고 합병증이 적어 예후는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데스메막은 두께가 20~30㎛로 아주 얇아 온전하게 벗겨내 각막 후면에 정확히 붙이는 과정이 쉽지 않다. 그래서 부분층 이식을 연간 50회 이상 집도하는 안과 의사는 전국에 5명 안팎이며 그 중 디멕 집도의의 경우 3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고난도의 부분층 이식을 하려면 기증 각막으로부터 수술 부위를 잘 분리해 내는 것이 관건”이라며 “미국은 1년에 10만건 이상 이런 수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잘 훈련된 기술자가 많지만 각막 기증이 드문 국내에선 의사들의 분리 경험이 부족해 실패 확률이 높다. 분리 실패한 각막은 이식할 수 없기 때문에 의사들이 시도 자체를 꺼린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최근 열린 대한안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디멕 이식 환자 100여명에 대한 1년 이상 장기 관찰 결과를 국내 처음으로 발표했다. 대부분 환자들이 면역거부반응 없이 이식 후 1.0의 시력을 유지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전층이식의 기대 시력은 0.3~0.4, 디멕은 0.9~1.0 정도다.
 
비영리 아이뱅크 설립 시급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각막이식 기법의 확산과 더불어 중요한 것이 각막의 원활한 수급이다. 각막은 현행법상 뇌사 또는 사후 기증만 가능한데, 국내에는 각막이식 대기자에 비해 기증 수가 턱없이 적어 대부분(90% 이상) 해외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각막이식 대기자는 2286명이며 평균 대기일은 3094일이다. 전체 이식 장기 평균 대기 시간(1837일)을 훌쩍 넘으며 가장 길다. 2017~2020년 이뤄진 각막이식은 연간 354건이며 같은 기간 각막 기증자는 평균 171명이다. 다만 KONOS 자료는 국내 각막이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해외 수입 각막 이용 현황이 반영되지 않아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 교수는 “국내 각막이식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다고 보는 게 맞는다. 각막이식은 병원 자체적으로 이뤄지고 매년 말에 사후 보고하는 식이어서 빼 먹기도 한다”며 “병원별로 환자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해외 수입 각막을 쓰기 때문에 이식을 위해 8년까지 기다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해외 공여 각막을 이용할 경우 400만원 안팎의 비용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미국이나 독일, 네덜란드 등의 경우 아이뱅크(eyebank·안은행) 시스템이 정착돼 있어 수술 중 문제가 생겨도 새로운 각막을 어렵지 않게 공급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각막을 구득하고 처리하는 비영리 형태의 아이뱅크 설립과 전문가 양성을 위한 법제도화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독립적인 기관을 통해 각막 기증자와 이식 환자가 발생한 지역에서 해결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전라도에서 얻어진 각막은 전라도에서 수급하고 남는 것은 수요가 있는 다른 지역으로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호스피스병동의 임종 프로토콜에 각막 기증 의사를 삽입하거나 다른 장기 보다 복잡한 각막 기증 절차 간소화 등 부족한 국내 기증을 늘리기 위한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이뤄지는 많은 근시교정 수술을 감안하면 각막이식의 수요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이들이 편하고 쉽게 각막이식을 받을 수 있는 아이뱅크를 만드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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