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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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국립오페라단은 왜 동네북이 되었나

입력 2017-05-12 11:01:15

23일 막을 내린 국립오페라단의 '보리스 고두노프'. 완성도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제작 과정에서 합창단 인건비 논란 등에 휘말렸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Q : 국립오페라단은 수년째 한국 오페라계의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엔 평창올림픽 성공 기원 야외오페라 제작 과정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비판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A : 국립오페라단에 대한 여론 악화는 2009년 1월 이소영 전 단장의 전속 합창단 해체가 큰 계기가 됐다. 전임 정은숙 단장 시절 공연 횟수가 늘면서 전속 합창단의 필요성이 커지자 국립오페라단은 2002년부터 합창단(40명)을 계약직으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이 전 단장은 합창단의 설치 규정이 없는 점과 경영 합리화를 이유로 해체를 결정했다.
 
후폭풍은 컸다. 이 전 단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그의 도덕성 문제가 제기되며 이 단체는 만신창이가 됐다.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2011년 7월 ‘예술행정 전문가’ 김의준 전 LG아트센터 대표를 수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그는 임기 3년을 다 채우지 못한 채 사임했다. 10개월간 공백이었던 단장 자리에 2015년 1월 경력이 일천한 소프라노 한예진이 임명된 것은 국립오페라단에 대한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오페라계의 거센 사퇴 요구를 받은 한 전 단장이 두 달 만에 물러나는 과정은 한 편의 코미디였다. 
 
다시 4개월의 공백 끝에 김학민 현 단장이 임명된 이후에도 국립오페라단은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프랑스 공연이 예정됐던 창작오페라 ‘천생연분’이 갑작스럽게 취소됐고, 김 단장이 ‘루살카’를 직접 연출하면서 비전문가 부인을 제작에 참여시켜 구설수에 올랐다. 작품 제작과 관련해 매번 캐스팅 결정이 지연됐고, 외부 합창단 참여와 관련한 불협화음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최근 평창올림픽 성공 기원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에 과도한 금액인 25억원이 투입되고, 비전문가인 패션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을 맡은 것은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오페라계에서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오페라단이 이름값을 못한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과 관련된 모든 문제의 원인은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시스템 부재다. 3∼4년 전부터 스케줄이 결정되는 국제 오페라계에서 예술감독 선임의 연속성도 없는데다 연간 단위로 계획이 잡히는 한국의 국립오페라단이 제대로 일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전용극장도 전속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도 없어 매번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국립오페라단의 상급기관인 문체부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문체부는 2013년 9월 전용극장 해결을 위해 국립오페라단의 예술의전당 편입을 시도했으나 성악계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그렇다면 문체부의 단순 편입안 대신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보는게 어떨까.
 
우리와 비슷한 처지인 일본 신국립극장 오페라단이 참고가 될 듯하다. 신국립극장 오페라단은 오케스트라는 전속 단체 없이 도쿄필 NHK필 등과 계약을 맺고, 합창단은 시즌 단원제로 운영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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