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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외로움 전성시대’ 소통창구 돼야 조사결과 "극복에 종교 역할 크다"

입력 2023-02-08 09:32:22
 



교회가 ‘외로움 전성시대’의 소통 창구가 되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정부나 기관 등과 함께 ‘나홀로’ 이웃을 돌보는 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일보와 조사전문기관인 피앰아이가 함께 실시한 ‘외로움 지수와 종교의 상관관계’ 조사 결과에 대한 전문가와 목회자들의 제언을 들어봤다.

이번 조사에서 나온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외로움 지수 42.2점을 두고 해석은 다양했다. 이 지수는 미국의 심리학자 다니엘 러셀이 개발한 ‘UCLA 외로움 척도 지수’를 통해 나왔다. 저단계·중등도·중고도·고단계 외로움 중 42.2점은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인 중등도(35~49점) 외로움에 속한다.

단국대 임명호 심리학과 교수는 “42.2점이면 결코 낮지 않은 수치”라고 해석했다. 서울시립대 박효민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안정적이라거나 위험한 수준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고도로 갈 가능성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울 서현교회 이상화 목사는 “1인가구 외로움도 있지만 소통하고 공감할 사람이 없어 외로운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외로움 극복에 종교의 역할이 크다는 조사 결과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 목사는 “외로움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질병이며 종교의 사회적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이 투영된 객관적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학자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교수는 “고등도 외로움에 있는 사람 중 종교가 있는 사람은 응답자 가운데 1.3%, 없는 사람은 4.3%로 집계됐다”며 “외로움과 종교가 인과관계는 아니지만, 상관관계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종교가 외로움을 해소한다고 볼 수 있지만, 외로움 지수가 낮은 사람이 종교를 가질 수도 있다”면서 “다만 최근 종교가 외로움 지수를 낮추는 데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종교가 없는 사람이 종교의 역할로 영적 회복에 관심을 갖는 부분에 주목하기도 했다. 한신대 윤상철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교회 등은 외로움 때문에 종교에 입문하는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로움의 강도가 높을수록 기독교에 관심을 두는 이유로 전문가와 목회자가 공통으로 꼽은 건 ‘공동체’성이다. 윤 교수는 “기독교는 공동체성이 강해 소규모, 소그룹 등의 모임이 많다”고 했다. 

공동체성을 ‘관계’로 연결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기독교는 예배와 행사, 조직이 많다. ‘관계의 종교’”라고 설명했고, 이 목사는 “기독교는 관계를 통한 외로움의 극복을 강조하는 교리체계와 신앙 활동을 강조한다. 종교가 없는 사람도 기독교를 ‘관계 지향적 종교’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네 가지 감정을 소개했다. 그는 “사람이 삶 속에서 느끼고 싶은 네 가지 감정은 소속감, 공동체 내 수용감, 수용을 통한 안정감,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는 자존감인데 이는 공동체 커뮤니티의 필요로 이어진다”며 “네 가지 감정을 가질 수 있는 게 종교, 그리고 기독교”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의 공동체성이 외로움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임 교수는 “종교는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소통방법을 잘 알며 마음을 열 방법과 도구도 잘 안다”며 “외로움이 심화되지 않도록 교회 등 종교단체가 초기 대응, 초기 소통 단계에서 개입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목회자들은 한국교회의 깊이 있는 접근을 제안했다. 지구촌교회 최성은 목사는 “교회는 가시적 외로움을 넘어 현상을 진단하고 답을 제시해야 한다”며 “외로움은 하나님과 인간, 창조주와 피조물과의 단절로 야기되는 만큼 하나님과의 관계회복에 중심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교회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을 극복하는 게 과제로 남아있다. 공교롭게도 목회자들이 한목소리로 말한 게 ‘오른손이 하는 일’이다. 

이 목사는 “사역이 지속성을 가지려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잘 알도록 설명해야 한다. 교회 이름만 내려고 하면 부작용이 난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도 “기독교는 그 어느 종교보다 선행과 구호에 힘썼음에도 불편한 사회적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며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이 모르게 하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사회적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교회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관간 협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교수는 “정부나 기관이 종교기관과의 협업에 대해 정책적 연구나 시도를 해 볼 만하다”고 전했다. 

목회자들도 공감했다. 최 목사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역 내 공공기관과 연대는 필요하다. 각 분야의 분업화, 전문분야의 우수성을 집약하는 지혜”라며 “교회의 전문성은 지역 내 공감 네트워크, 돌봄 인프라가 촘촘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도 “공공기관이 놓치는 부분을 교회가 메울 수 있는 곳이 많다. 시너지를 내려면 연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윤경 최기영 유경진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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