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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나’로… 배우 김남길이 사는 법 [인터뷰]

입력 2017-04-07 00:00:56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삶은 계속 이어가야 하죠.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짠함’이라고 할까요. ‘너도 이제 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게 우리 영화가 하려는 말인 것 같아요.”

영화 ‘어느날’ 출연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배우 김남길(36)은 거절했다. 아내를 잃은 주인공 강수(김남길)의 상황이나 심정에 십분 공감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그러나 몇 개월 뒤 시나리오를 다시 읽었을 때 그는 눈물을 쏟았다. ‘이 친구, 참 안타깝다.’ 인물의 아픔을 이해했고, 그 감정을 관객에게도 전달하고 싶어졌다.

“우리 다 그렇게 살잖아요.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일부러 더 밝게 지내려 노력하죠. 누구나 아픔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않나요? 좀 더 용기내서 밝게 살자는 거예요. 다함께 더불어 잘 사는 사회 말이에요(웃음).”

‘어느날’은 아내가 죽고 난 뒤 절망감에 휩싸인 보험회사 과장 강수가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시각장애인 미소(천우희)의 환영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어릴 적 부모에게 버림받고도 어두움 없이 자란 미소는 차츰 강수의 웃음이 되어주고,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동반자가 된다.

‘여자, 정혜’(2005) ‘멋진 하루’(2008) ‘남과 여’(2015) 등 감성 멜로에 일가견이 있는 이윤기 감독이 다소 색다른 화법을 선보였다.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를 지우고 판타지를 가미해 무거운 소재를 가볍게 풀어냈다.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서 치유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의도였다.

김남길의 연기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전작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무뢰한’(2015) ‘판도라’(2016) 등과 달리 힘을 뺐다. 최대한 담백하게 표현하려 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과거 작품들에선 고독하거나 센 느낌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전체적인 이야기에 중심을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뭘 모르니까 일단 힘을 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런 디테일보다 큰 그림을 보죠. 연기에 힘을 빼야겠다고 처음 생각한 건 ‘해적’ 때였어요. ‘연기라는 게 내게 맞지 않는데 억지로 부여잡고 있는 건 아닌가. (배우를) 그만 둬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했죠. 그러다 ‘무뢰한’을 하며 다시 연기에 재미를 느꼈어요. 내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남길은 “예전에는 연기하는 것 자체가 좋았는데 언제부턴가 무섭고 두려웠다. (대중에게) 보여지는 직업이다 보니 때로는 빈껍데기인 채로 사는 듯한 느낌도 들더라”며 “최근 건강이 안 좋아지고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해지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언제나 에너지 넘치고 유쾌해 보였던 그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고백’.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한때 과호흡 증세로 보름간 병원에 입원했고, 어지러움을 자주 느끼는 메니에르 증후군도 생겼다. 다행스럽게도 컨디션 회복은 빠른 편이란다.

“몸이 안 좋아지다 보니 ‘나를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스트레스 없이 여행을 다니며 편하게 지내고 싶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게 해주고 싶은 거죠.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스스로를 좀 더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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