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2032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생산량을 최대 67%까지 대폭 확대하는 규제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역량이 부족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환경보호청(EPA)이 오는 12일(현지시간) 승용차 및 소형트럭 탄소배출 규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8일 보도했다. 이 규제안은 전기차 판매 규모 또는 비율을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2027~2032년 완성차 제조업체가 매년 판매하는 차량의 총 배출가스 한도를 엄격히 제한한다. 이러한 한도를 맞추려면 완성차 업체들은 2032년까지 판매하는 신차 가운데 사실상 3분의 2가량을 전기차로 채워야 한다.
이는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대체하겠다고 2021년 발표한 목표치보다도 대폭 상향된 것이다. 또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 전기차 비중이 5.8%에 불과한 것과 비교했을 때도 비약적인 증가라고 NYT는 설명했다. 존 보젤라 미국자동차협회(AAI) 회장은 “이것은 자동차 산업 기반과 자동차 시장의 완전한 변혁이나 마찬가지”라고 NYT에 말했다.
이번 규제안은 지난해 미국이 전기차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발표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이은 조치다. IRA는 자동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 달러의 보조금 혜택을 주고, 배터리 제조 및 핵심 광물 등에 세액 공제를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번 규제안은 미국 정부의 가장 적극적인 기후 규제가 될 것이며, 미국이 자동차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의 선두에 설 것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2035년까지 휘발유 차량의 판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차량 배출 기준을 제정했다. 캐나다와 영국은 EU 모델과 유사한 기준을 제안했다.
다만 이 같은 목표치는 완성차 업계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에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바이든 정부가 구상하는 수준에 도달한 회사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수백만개 규모의 전기차 충전소를 새로 건설해야 하며, 이러한 전력 수요를 수용하기 위한 전력 그리드도 갖춰야 한다. 또 공급망 문제로 광물 등 원자재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향후 소비자들의 신차 수요가 충분할지도 불확실하다.
NYT는 “이번 규제안은 공개 논평 기간을 거쳐 최종 확정되기 전 정부가 변경할 수 있으며, 법적 문제에 직면할 것이 확실하다”면서 “2024년 대선에서도 쟁점이 될 수 있는데, 차기 행정부는 이를 취소하거나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