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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베스트셀러] 존 패럴의 ‘리처드 닉슨, 그 생애’

입력 2017-04-07 05:05:55


“칠판에 ‘언론은 적이다’라고 100번 써라. 그리고 그 사실을 잊지 마라” “나는 전임 대통령으로부터 도청 당했다.”

탐사보도 전문기자 출신이 쓴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새 평전 ‘리처드 닉슨, 그 생애’(존 패럴 지음)는 여러모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을 모욕하거나 자극하는 발언에 쉽게 발끈하고, 피해망상이 심하며 언론을 적으로 여기는 공통점이 있다. 도청을 당했다는 주장을 편 것도 같다. 정작 닉슨 전 대통령은 상대 후보 진영에 대한 도청을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 미 역사상 최초로 임기 중 하야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 책은 닉슨의 재임 중 공과를 비교적 균형감 있게 다루고 있지만 닉슨이 평생 부인하면서 감추려고 한 사실 하나를 폭로했다. 1968년 대통령 선거에 뛰어든 닉슨이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의 베트남 평화협상을 방해한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 닉슨은 선거 전에 전쟁이 끝나면 야당 후보인 자신이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해 구엔 반 티우 당시 남베트남 대통령에게 사람을 보내 종전 협상에 응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닉슨의 음모를 알아챈 존슨 대통령은 “이건 반역이야”라고 발끈했지만, 닉슨의 당선을 막지 못했다. 닉슨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고난 뒤 베트남 철수를 발표했다.

닉슨의 베트남 종전 방해공작은 트럼프의 러시아 커넥션을 연상시킨다. 트럼프 역시 선거 전후로 러시아 측과 접촉했으며, 미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트럼프를 도우려는 목적으로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해킹했다고 발표했다. 저자는 닉슨이 국익보다 자신의 선거승리를 중시했다고 비판했다. 마치 트럼프 대통령에게 들으라고 하는 것 같다. 더블데이 출간.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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