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수록 좋아지는 사람처럼 쓸수록 감동하는 TV를 만들고 싶었어요.”
지금까지의 TV가 내세웠던 경쟁력은 두께와 크기가 대표적이었다. 디자인이나 사용성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TV는 다르다. 공간을 생각하고 주변과의 어울림을 신경 쓴다. 공들인 디자인에 소비자는 응답했다. 삼성전자 TV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20∼30%가량 늘었다.
QLED TV를 디자인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제품디자인그룹 이규복 디자이너를 1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 캠퍼스에서 만났다. 인터뷰 동안 그는 ‘감동’이란 단어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는 TV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말끝마다 묻어났다. TV 디자인의 중점을 기술에서 공간으로 옮겨 공간에 녹아드는 TV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QLED TV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이규복 디자이너는 판매점에 진열된 TV가 그대로 집 안에 설치되는 환경을 바랐다. 전원코드나 케이블이 TV 뒤로 지저분하게 연결돼 있는 건 판매점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었다. 그래서 주변 기기를 하나의 케이블로 연결하는 투명 광케이블을 적용하고 리모컨을 작동하게 하는 센서도 작고 투명하게 만들었다. 그는 “쓰면서 감동받는 TV를 만들고 싶었다”며 “만나면 만날수록 좋아지는 사람처럼 쓸수록 좋은 TV가 QLED TV”라고 자신했다.
전 세계 소비자의 사용 습관을 파악하기 위해 디자인팀 직원들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호텔이 아닌 일반 가정집에 머물러 집 안 환경을 관찰했다. 거실 한쪽에 TV를 두고 사용하는 우리나라 소비자의 정형화된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TV 뒷면과 스탠드 디자인까지 세세한 것 하나하나 신경 쓰게 된 이유다.
TV에 스테인리스 소재를 쓴 건 QLED TV가 처음이다. 전체가 스테인리스로 마감된 리모컨에는 숫자 버튼도 없다. 꼭 필요한 기능만 넣었다. 이규복 디자이너는 “어느 공간에 TV를 둬도 튀거나 거슬리지 않는 소재를 고민한 결과”라며 “거실에 자주 쓰이는 타일 디자인까지 고려했다. 무난하고 보기에 편안한 패턴과 소재를 썼다”고 말했다.
TV는 집 안에 들여놓는 가전 중 가장 비싼 축에 든다. 그는 “비싼 가전인 TV가 값어치만큼의 좋은 피드백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TV를 샀을 때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감동 줄 수 있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디자인을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