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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하는 사람들] ‘오구실’ 1800만뷰 돌파… “우리 일상이 곧 콘텐츠죠”

입력 2017-05-14 18:45:01


아내의 친구는 소개팅을 자주 했다. 맘에 드는 남자가 나오면 다시 만날 구실, 맘에 들지 않으면 안 만날 구실을 고민했다. 성(姓)이 ‘오’씨였던 친구를 아내는 ‘오구실’이라고 불렀다. 아내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콘텐츠 제작사 ‘칠십이초’ 성지환(사진) 대표는 드라마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적 조회수 1800만뷰를 기록 중인 웹드라마 ‘오구실’은 이렇게 탄생했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성 대표를 만났다.

“대학 다닐 때 제 별명이 ‘삼일’이었어요. 개강하면 학교에 3일 정도 나가고 말았거든요.”

통상 8학기면 마치는 대학을 성 대표는 15학기나 다녔다.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면 하지 않는 성격이란다.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한 그의 원래 꿈은 가수였다. 데모테이프를 제작해 ‘세시봉’ 가수 윤형주에게 보낸 적도 있다. 당시 윤형주는 테이프를 들은 뒤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라고 평가했었다.

졸업을 앞두고 공연기획 아카데미에 다녔다. ‘72초 드라마’의 연출 겸 배우로 유명한 진경환 감독도 여기서 알게 됐다.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회사에서 2년 정도 일했다. 음악에 애정이 남다른 것 같아 “재생 목록에 어떤 곡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멋쩍은 듯 말했다. “톱100이요.”

2010년 12월 진 감독과 함께 ‘인더비’를 차렸다. 공연과 영상을 결합해 퍼포먼스를 펼치는 회사다. 수익이 나오지 않았다. ‘72초’라는 영상을 마지막으로 유튜브에 올린 뒤 사업을 접었다. 머리나 식힐 겸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는데 네이버와 CJ에서 같이 일해보자고 연락이 왔다. 유튜브를 확인해 보니 ‘72초’의 조회수가 10만을 넘어서 있었다. “짧은 호흡으로 만든 유쾌한 영상이 통한다는 걸 확신하게 됐어요. 그리고 다시 사업을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2015년 2월 제작사 ‘칠십이초’를 차렸다. 1분 남짓한 영상을 만든다는 취지였는데 ‘칠십이초’라는 말이 입에 잘 달라붙어 그렇게 지었다고 했다. 20대 여성 둘이 티격태격하는 내용의 ‘두 여자’, 30대 직장인의 연애를 담은 ‘오구실’ 등 내놓는 작품마다 화제가 됐다. 5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현재 49명으로 늘었다. 초반엔 진 감독과 만나면 ‘진짜 재밌는 게 뭘까?’만 고민했다고 한다. “그 고민의 결론이 뭐냐”고 물었더니 성 대표가 되물었다. “그러게요. 어떻게 해야 그런 걸 만들 수 있을까요?”

이렇다 할 정답은 없는 문제다. 성 대표 역시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려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조만간 조직을 개편할 계획이에요.” 성 대표가 말하자 옆에 있던 홍보담당 이은미 매니저가 놀라며 물었다. “또요?”

성 대표가 발견한 ‘재미에 대한 팁’이 있다면 “일상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매일 반복되는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뭔가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어봤을 만한 일, 상상해봤을 만한 것들을 소재로 하려고 해요. 독자들은 이런 평범한 일상에 공감하고 재밌어 하더라고요.”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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