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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미세먼지는 왜 이렇게 극성을 부릴까?

입력 2017-05-19 05:05:04


올봄 대선이 없었다면 주요 신문 헤드라인을 도배한 단어는 ‘미세먼지’였을 것이다. 하늘을 뿌옇게 세상을 누렇게 만든 미세먼지의 공습은 나들이를 떠난 수많은 상춘객들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우리네 봄날이 어쩌다 이 지경이 돼버린 것일까.

실제로 최근 5년간 입자 지름이 10㎛ 이하인 미세먼지를 일컫는 ‘PM-10’ 농도는 2012년 최저점을 찍은 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관련 뉴스 보도도 크게 늘었다. 2013년까지 미세먼지를 다룬 기사는 2만건 수준이었지만 2014년에는 4만건 넘게 쏟아졌다. 지난해엔 6만건을 넘어섰고 올해는 아마 더 많았을 것이다.

왜 이렇게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는 걸까. ‘지구인도 모르는 지구’에 필진으로 참여한 박록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꼽은 이유 중 하나는 기후 변화로 인한 풍속의 감소다.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은 2012년에는 바람이 강했다. 바람이 세게 불면 오염물질이 주변 공기와 잘 섞이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를 위시한 기후변화 탓에 풍속은 떨어지고 있고, 미세먼지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책에는 이 외에도 국내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전하는 지구와 환경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구인도 모르는 지구’는 다양한 과학 행사를 열고 있는 카오스재단이 지난해 하반기 ‘지구’를 주제로 개최한 강좌 10개를 묶은 것이다. 카오스재단은 6개월 단위로 주제를 선정해 매번 10회에 걸친 강연을 여는데, 2015년 봄 열었던 첫 주제는 ‘기원’이었고 같은해 하반기에는 ‘빛’을, 이듬해 봄에는 ‘뇌’를 주제로 선정해 강연을 개최했다.

‘지구’를 주제로 내세운 강연들에서 다룬 내용은 광범위했다. 공룡 지진 심해 우주…. 요령부득인 고난도 스토리로 짐작하겠지만 대중들 눈높이에 맞춰 이뤄진 강연이었기에 책에 담긴 내용 역시 어렵지 않다. 각 챕터 끄트머리에는 흥미를 돋우는 ‘Q&A’ 코너도 실려 있다. 가령 ‘과학자의 역할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이 책이 전하는 답변은 다음과 같다.

‘과학자는 무엇인가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왜 우리는 그것을 안다고 생각하는지를 아는 사람일 뿐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는 과학적이어야 합니다. 데이터, 근거, 관측자료 등을 바탕으로 최선을 답을 내야하고 그 답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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