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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미드 배우가 쓴 판타지? 로맨스?… 美 독자 사로잡은 소설 골라읽자

입력 2017-05-19 05:05:04


랜드 오브 스토리 1편(상)

크리스 콜퍼 지음, 김아림 옮김, 꿈결, 236쪽, 9800원

한 권으로 읽는 베블런

엘리자베스 매켄지 지음, 이지원 옮김, 스윙밴드, 508쪽, 1만4800원

배우가 쓴 판타지를 읽을까, 반전의 감동이 있는 연애소설을 읽을까. 미국에서 최근 수년 사이에 서점가를 휩쓴 베스트셀러 2권이 동시에 나왔다. 2012년 출간 당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까지 올랐던 ‘랜드 오브 스토리’와 지난해 아마존 순위 상위권을 달렸던 ‘한 권으로 읽는 베블런’(스윙밴드)이 그것이다.

먼저 ‘랜드 오브 스토리’는 재주꾼 작가가 매력을 발산한다. 작가 크리스 콜퍼(27)는 미국의 인기 배우다. 한국에 미드(미국 드라마) 바람을 일으킨 폭스 채널의 ‘글리(Glee)’로 데뷔해 2011년 골든 글러브 최연소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이듬해 출간된 이 시리즈로 소설가로도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마지막 편인 6편이 현지에서 7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국내는 이번에 1편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과 2편 ‘돌아온 마법사’가 번역돼 나왔다.

아빠를 교통사고로 잃은 쌍둥이 남매 알렉스와 코너. 둘은 할머니에게서 신기한 이야기책을 받고 나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이야기의 땅’으로 들어간다. 그곳은 동화가 현실로 이루어지는 장소다. 그리하여 소설 속에는 신데렐라, 백설공주, 빨간 망토,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 동화 속 등장인물이 총출동하는데…. 살아난 백설공주와 감옥에 갇힌 계모 왕비 등 작가의 재치와 상상력이 번득이는 동화의 후일담이 아주 재미있다. 읽으면 기분이 유쾌해지는 책이다.

엘리자베스 매켄지(59)의 장편 ‘한 권으로 읽는 베블런’은 청춘 남녀의 데이트와 남자의 근사한 청혼 장면으로 시작한다. 심장이 두근두근하는 로맨스 소설을 기대하게 하지만 의외로 사회 문제를 깊이 건드린다. 사랑하는 사이인 둘은, 그리고 두 집안은 금성에서 온 여자, 화성에서 온 남자 같다. 예비 신부 베블런은 사사건건 자신의 삶에 개입하는 엄마 탓에 ‘착한 딸 콤플렉스’를 갖고 엄마의 아바타처럼 살아간다. 그녀의 엄마는 마르크스에 버금가는 진보적 주장을 폈던 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의 신봉자다. 이런 이유로 자본주의와 상업주의에 반대하며 극단적인 자연주의적 삶을 산다. 베블런은 엄마의 영향으로 옷도 직접 만들어 입고 대학도 가지 않는다.

반면 예비 신랑 폴은 히피 문화에 젖었던 부모에 대한 반감으로 성공과 출세에 집착한다. 뇌신경을 전공한 의사로 야심가인 그는 군용의료기 개발에 성공하지만, 제약회사 농간에 놀아나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은 채 판매하게 되는데….

달콤 쌉싸름한 ‘칙릿’ 같지만 읽다보면 뇌의학 의료비밀 방위산업의 어두운 이면까지 건드리며 사회 이슈를 종횡무진한다. 웃기면서도 철학적인 문제까지 담긴 매력적인 소설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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