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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모 목사 “내 심장을 쪼개면 한쪽은 교회, 한쪽은 대한민국”

입력 2017-05-25 00:05:01




CBS 기독교방송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류영모(한소망교회) 목사가 다음 달 11일로 목회 40주년을 맞는다. 신학생 시절부터 청소년 목회를 시작해 개교회 담임, 신학대학원 교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서기 등으로 다양한 사역을 맡았고, 40권의 저서를 낸 저술가이기도 하다. CBS에서는 이사와 방송 설교자로 헌신하며 방송선교의 새 장을 열었다. 40주년을 앞둔 류 목사에게 소회와 앞으로의 목회활동 계획을 들어봤다.

-처음 목회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때는 언제인지.

“초등학생 때 조그만 시골교회를 부모님과 함께 다녔다. 어느날 부흥회에 강사로 오신 목회자에게 감동을 받고 목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부흥집회가 끝나고 동네 뒷동산에 올라서 설교 연습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사춘기에는 정치를 꿈꿨다. 그러다 고교 졸업 무렵 신학교 가겠다고 다시 회심을 하게 됐다. 장로회신학대학교 3학년 때 서울 구로구 고척교회에서 고등부 학생들을 가르쳤고, 아동부 전도사를 맡았다. 대전에서 5년 간 공군장교(공군교육사령부 정신전력교관실장)로 재직한 뒤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력 가운데 서울 충신교회에서 부교역자로 활동하셨는데 박종순 목사를 통해 배우신 목회철학이 있다면.

“현재도 충신교회 출신 교역자들 모임인 ‘충목회’에서 회장직을 맡고 있다. 박 목사님에게선 ‘열정 목회’를 배웠다. 목사님은 주일 전날 아무도 없는 예배당에서 미리 완성한 설교문을 들고 끝도 없이 연습을 하셨다. 성도들이 앉을 자리를 일일이 돌며 축복하시는 모습도 봤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려는 전심(全心)이 느껴졌다. 또 ‘바른 신학, 균형 목회’란 말씀을 여러 차례 하셨다. 신학은 항상 성경에 근거해 올바른 것이어야 하고, 목회는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갖춰야 한다는 철학이었다.”

-지난 40년 간 40권의 저서를 출간하셨다. 바쁜 목회일정 속에서 책 쓰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어떤 내용들인가.

“처음 책을 쓴 건 전도사 시절이었다. ‘축제가 있는 교회’라는 주제였다. 제 설교를 들은 신학생들이 이를 연구한 게 책으로 나왔다. 제가 쓰는 책은 두 가지 큰 주제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성경연구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교인들을 가르치는 교육훈련 교재다. 우리가 사는 시대에 맞게 하나님의 말씀을 실어 나르는 게 설교라고 생각한다. 신언(神言)을 실어 나르고, 하나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공동체를 섬기며 교육하는 것이 크리스천으로서의 예의다. 제 심장을 둘로 쪼개면 한쪽은 교회, 한쪽은 대한민국이 있을 것이다. 제가 섬기는 한소망교회의 이름이 이런 뜻이다. 그런 가슴앓이를 표현한 게 40권이 됐다.”

-교회교육 전문가로서 교회학교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목회자들은 이 시대를 전방위적 위기의 시대라고 진단한다. 그 중에서도 다음세대의 위기가 가장 큰 위기다. 비성경적 교육, 다양한 사회문제, 저출산 등으로 곤란을 겪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주님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 예수님의 지상명령은 수직·수평 명령이다.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게 수평명령이라면, 수직명령은 자손대대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4∼14살의 아이들에 대한 영적 관심이 중요하다. 미래세대가 줄어든다는 사실만 걱정하지말고 한 명의 영혼이라도 구원하는데 더 몰두해야 한다. 목회자들은 주일학교에 나오는 지금 이 아이가 다음세대 한국교회의 내일을 책임질 영혼이라 생각해야 한다.”

-개교회 사역 외에도 한국교회를 섬기는 사역, 신학대를 섬기는 사역, 총회를 섬기는 사역 등을 다 감당하셨다. 비결은.

“너무 많은 일을 감당하다 영성 관리에 소홀하지 않나 늘 되돌아본다. 하나님 앞에 항상 기도한다. 저는 ‘거룩한 공교회’를 믿는다. 교회와 목사는 하나님나라 소속이다. ‘내 교회’만 섬겨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교회는 한 그루의 나무이고 개교회는 가지다. 큰 나무와 숲이 건강해야 가지도 잘 자란다. 한국교회 전체, 하나님나라 전체가 강해져야 한다. 40년 간 하나님께서 부족한 종을 어찌 쓰셨나 되돌아보고 깜짝 놀랐다. 맨몸 맨땅 맨손으로 일군 교회가 오늘날 큰 교회로 거듭난 것도 다 하나님이 하신 일이다. 목회를 시작했을 때 주어진 일에 늘 매진했다. 그때 하나님께서 앞으로 이런 이런 일 다 해야 한다했으면 아마 부담돼서 진작 죽었을지 모른다.(큰 웃음)”

-예장통합 부총회장 선거전에 나섰다 중도에 후보직을 사퇴하신 적이 있다. 결단하신 이유가 궁금하다. 다음번에는 선거전에 나설 의사가 있는지.

“교단을 섬기고 한국교회를 섬겨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현 총회장이신 이성희 목사님이 출마하셨다, 그때. ‘이 목사님처럼 총회를 사랑하고 그만큼 준비된 인물을 우리 교단이 또 낼 수 있겠나’ 고민했다. 나 때문에 이 목사님이 쓰임받지 못하면 교단의 손실이라 생각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이끄는 회장단이 돼야 하는데 주님이 기뻐하지 않는 방법으로 선거전을 치르는 것보다 내가 양보하는 게 훨씬 하나님 말씀에 어울린다고 생각해 결단하게 됐다. 다음 선거는 2020년 9월인데 교단의 로드맵에 따를 것이다.”

-CBS재단 이사장으로서 활동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뭔지.

“제가 국민문화재단도 이사로서 섬겼다. 제가 (CBS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동안 국민일보와 CBS가 공동사업을 여러 번 같이 하게됐다. 신천지 등 이단에 대한 대응이나 종교개혁 행사 등을 통해 국민일보와 기독교언론으로서의 경험을 나눴다. CBS와 국민일보는 기독교가 사회를 위해 내놓은 언론기관이자 한국교회의 선교자다. 한국교회 전체가 두 기관을 섬겨줘야 한다. 언론사 대표로 사회지도자들과 소통할 기회를 가진 것도 값진 경험이다. 이번 대통령선거를 치르면서 후보들과도 많은 정책토론을 했다. 그분들을 만나면서 기독교의 어려움을 민원성으로 제기한 적이 없다. 오히려 당당하게 하나님나라의 가치관, 즉 정의·평화·생명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고 토론했다.”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독교는 불교나 천주교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같은 유니폼을 입고 나서는 종교가 아니다. 기독교에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교단과 목소리가 다 포함된다. 하나님나라는 한 색깔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흐름처럼 방향성이 같은 연합체는 합치는 게 맞다. 이 명분보다 더 강한 명분은 없다. 합치고 나머지 문제를 풀어야 한다. 부부 두명이 살아도 하나가 안 되는데. 어려운 거 다 풀고 하나되자는 식은 안 된다.”

-그동안 영성·교회부흥 사역도 많이 감당해 왔는데.

“미래교회는 영성 교회의 시대다. 전 세계를 봐도 전통적 교단은 침체하고 영성교단이 성장한다. 복음전도가 퇴색되지 않도록 하는 전도·영성·부흥 운동이 중요하다. 한번 세미나나 영성사역을 하면 3박4일 정도 하는데. 이걸 다 합쳐보니 700회 정도가 되더라. 꼬박 6년 이 넘는 시간인 셈이다. 내 목회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부분이자,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다.”

-한소망교회 건축 당시 어려움이 많았던 걸로 알고 있다.

“교회 뒷마당은 일산이고 앞마당은 파주다. 원래 이 부지는 개발이 쉽지 않은 입지였다. 난제가 수없이 많았는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풀어선 안되겠다, 하나님의 방식으로 지어야겠다고 처음부터 결심했었다. 땅 개발 허가를 기다리는 데 8년이 걸렸지만, 초조하지 않았다. 기다렸고 힘들었지만, 부족한 종의 눈물과 피가 바쳐진 교회다.”

-40년 목회생활 동안 다른 어려움도 수없이 많았을 걸로 사료된다.

“요셉이 험한 인생 여정 속에서 총리가 됐다. 그걸 가능케 한 건 꿈이었다. 아버지가 인천상륙작전 당시 (참전했다) 돌아가셨고, 어머니 손에서만 자라서 이렇게 고난을 견디고 하나님나라와 말씀을 전하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하나님은 꿈을 통해 저를 지켜주셨다. 민족을 위해, 한국교회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꿈 말이다.”

-류 목사님이 생각하는 한국교회의 참 지도자 상은 뭔가.

“우리 앞 세대의 지도자는 카리스마형 지도자였다. 한 사람의 탁월함이 모든 걸 다 감당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혼자는 안 되고 팀이 돼야 한다. 원탁리더십, 팀리더십,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다.”

-새 정부에 거는 기대는.

“대통령의 취임식 연설은 감동적인 명연설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가 빠졌다. 우리 앞의 태산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하나가 돼야 한다는 눈물어린 설득이 있어야 했다. 달콤한 공약을 약속하기보다 국민들을 설득해 나갔으면 좋겠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지금 시대가 종교의 위기 시대다. 그래도 한국교회는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 다니엘과 요셉처럼 세계로 나아가 복음을 전해야 한다. 평신도들은 자기 사업장, 일터가 바로 미션의 현장이라 인식해야 한다.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면 또 늙는다. 한국교회도 이제 장년이다. 성숙한 한국교회를 보여줘야 한다.”

-교인들과 함께 40년 간 함께 울고 웃어 왔다. 한소망교회 교인들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개혁교회의 진정한 모델 교회를 만들려고 했다. 사도행전에 나온 초기교회, 주님이 세운 교회가 무엇일까 고민했다. 오직 설교, 말씀이었다. 형식을 배제하고 만인제사장인 교회가 되고자 했다. 목회자는 성도들을 하나님나라로 안내하는 안내자 역할만 할 뿐이다. 늘 교인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마지막 과제라면 교회 리더십을 이양할 때 진정한 본을 남기려고 한다. 같은 비전과 프로그램, 방향성을 가진 교회를 여러 개 만드는 것, 바로 핵분열이다. 작은 중소형교회로 분립하겠다는 것이다. 한소망교회의 진정한 2기를 꿈꾼다.”

■류영모 목사는

△장로회신학대 졸업, 동 신학대학원 석사, 미국 리전트대학교 목회학 박사

△공군교육사령부 정신전력교관실장(공군 중위 전역)

△한소망교회 담임목사

△CBS재단 이사장

△한중 기독교교류회 상임대표회장

△㈔한국교회지도자센터 이사

△대전신학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연합당회 당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서기



저서

'품성'(와웸퍼블)

'뿌리'(한국장로교 출판사)

'사사기 새롭게 보기'(서로 사랑)

'꿈대로 되는 교회'(나침반) 등 다수

대담:신창호 종교기획부장,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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