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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베스트셀러] 요억 마우러의 ‘무덤 속에서는 위쪽을 쳐다보지’

입력 2017-05-26 05:05:03


고위 정치가들이 G7 정상회담에 참가하기 위해 휴양지로 유명한 독일 바이에른 안개호텔을 방문한다. 늘 그렇듯 비밀 요원, 시위대, 언론이 이곳에 집결한다. 그런 와중에 발견된 시체 한 구. 소설 ‘무덤 속에서는 위쪽을 쳐다보지’는 에너바인 경감의 친구 장례식으로 시작된다. 이 책은 알프스 살인사건을 다룬 요억 마우러의 9번째 스릴러이다. 저자는 이 9라는 숫자에 많은 사악함이 내포되어 있다고 말한다. 북유럽 신화에서 오딘(최고신)의 자기희생이 9일간 지속됐고, 단테의 ‘신곡’에서는 지옥이 9개의 원으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이와 9번째 살인을 다루는 그의 신작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마우러는 자기 고향인 남독일 바이에른의 전원적 풍취를 소설 속에 풍부하게 담아내며 ‘유복한 휴양지’에서 발생한 ‘살인’이라는 엄습한 불행을 강렬하게 대비시킨다. 우리가 희구하고, 믿고 싶은 전원적 평화는 허구일 뿐이며 음산한 죽음의 그림자는 삶의 이면에서 우리를 늘 위협하고 있다.

독일어권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싶으면 스릴러를 써야 한다고 할 만큼 스릴러와 추리소설에 대한 독자층은 지극히 두텁다. 그러나 최근 독일 내 스릴러에 대한 관심은 일반적인 독자들의 호기심에 기원하기보다는 테러 등 사회심리적 불안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된다. 이런 점에서 이 소설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안정을 누리고 있는 독일에 엄습한 난민사태, 테러, 브렉시트, 미국발 정치불안 등을 간접적으로 스릴러 장르의 소무대로 투영시킨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마우러는 현재 독일에서 가장 위트 넘치는 스릴러 작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언변 또한 매우 뛰어난 풍자가다.

베를린=김상국 통신원 (베를린자유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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