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HOME  >  시사  >  월드

테러범, 인파 붐비는 주말 밤 런던 브리지 노렸다

입력 2017-06-04 18:35:01



조기 총선을 닷새 앞둔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또다시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 타깃’ 차량 테러가 발생해 최소 7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부상했다. 지난 3월 런던 의사당 인근에서 벌어진 차량 테러와 유사한 수법이다. 지난달 22일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폭 테러가 발생한 지 2주도 되지 않은 시점에 잇따른 테러로 영국 전역이 충격에 휩싸였다.

3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쯤 런던 중심가인 런던 브리지에서 흰색 승합차가 인도를 향해 돌진했다. 승합차는 다리 남단 보로시장 내 한 식당 난간에 부딪힌 뒤 멈췄다. 한 목격자는 “차량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인도 위 사람들을 덮치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며 “차량에서 사람들이 내려 피해자를 돕는 줄 알았지만 오히려 폭행하고 칼을 꺼냈다”고 전했다. 당시 차량 속도는 최소 시속 80㎞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차량에서 내린 테러범 3명은 약 25㎝ 길이의 흉기를 들고 보로시장 인근에 있던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테러범 3명은 모두 현장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사살됐다. 이들은 범행 당시 가짜 폭탄조끼를 입고 있었으며 범행에 이용한 승합차는 렌터카 업체에서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이 발생한 런던 브리지와 식당과 바가 밀집한 보로시장은 주말을 맞아 인파가 몰렸다. 정부는 사건 직후 런던 브리지와 인근 지하철역을 폐쇄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4일 코브라 회의(테러 대응 긴급회의)에서 테러범들을 향해 “무고한 시민들을 겨냥한 테러는 이제 그만둘 때도 되지 않았느냐(enough is enough)”고 비난했다. 또 잇따른 테러에도 불구하고 오는 8일 조기 총선을 예정대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비열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런던은 가장 안전한 도시로 남을 것이며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현지 더 선데이 타임스는 목격자 증언을 들어 테러범들이 경찰과 대치하던 중 “이것은 알라를 위한 것”이라고 외쳤다고 보도했다. 이를 토대로 사건 배후에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테러 직후 IS의 SNS에 “늑대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이면서 IS 부름에 따라 ‘십자군 동맹’ 소속 민간인을 공격할 것”이라는 글이 올라온 것도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날 오전에는 IS의 텔레그램에 “이슬람 성월인 라마단 기간 중 십자군을 향해 트럭과 흉기, 총을 이용한 공격을 개시한다”는 글이 올라왔다고 로이터 통신이 덧붙였다.

잇따른 테러로 정부의 대테러 능력에 비난이 쏟아지면서 국가 안보가 조기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여론조사기관 ORB가 테러 직전인 3일 발표한 총선 전 마지막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당의 지지율은 45%로 노동당(36%)을 9% 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노인층의 반발을 산 ‘치매세’ 공약으로 노동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까지 좁혀진 보수당은 지난달 맨체스터 테러에 이은 런던 테러로 대형 악재를 맞았다. 맨체스터 테러 이후 안보 우려가 높아져 보수당의 지지율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됐지만 영국 시민들은 오히려 메이 총리의 테러 대처 능력에 비난을 쏟아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앞두고 과반의 압승이 절실했던 보수당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보수당은 4일 하루 동안 총선 유세를 중단했으나 5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