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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베네수엘라 원인은 청년의 절망… 反정부 시위로 63명 희생

입력 2017-06-06 05:05:05


최악의 경제난과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대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구 절반이 30세 미만인 이 ‘젊은 나라’의 청년들은 연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물러나라”고 외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4월부터 이어진 반(反)정부 시위의 선봉에 선 평범한 대학 신입생 빅터 오르테가(17·사진)의 사연을 집중 조명했다.

오르테가는 이날 수도 카라카스의 한 고가도로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그는 최전선에서 진압대에 돌과 화염병을 던졌다. 진압대의 최루탄과 물대포에 시위대의 조악한 방독면과 방패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내 시위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의료진을 찾는 부상자의 애타는 목소리가 거리를 메웠다.

카라카스의 한 공립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오르테가는 요즘 시위 현장에 어김없이 출석하고 있다. 지난봄 맨주먹으로 시위에 나섰던 그는 이제 못을 박은 방망이를 거리낌 없이 휘두른다. 아버지처럼 경찰을 지망했던 오르테가는 반정부 투사가 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엄혹한 현실은 그를 상아탑 아래 머물지 못하게 했다. 오르테가는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나라 전체가 혼란에 휩싸여 있다. 정부의 탄압은 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 선거 실시를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석 달째 매일 같이 이어진 반정부 시위로 최소 63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이 부상했다. 시위대 3000여명이 체포됐고 3분의 1은 구금된 상태다. 사망자 중 최소 30명은 30세 미만이며, 대부분은 대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학생들은 총탄과 최루탄에 맞아서, 시위 진압용 차량에 치여서 목숨을 잃고 있다.

식량과 의약품의 절대적인 부족은 베네수엘라의 미래를 절망으로 이끌고 있다. 20%에 이르는 실업률,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 앞에서 대학 졸업장의 가치는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다. 이 같은 현실에 거듭된 실정이 이어지면서 오르테가와 같은 평범한 대학생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자칫 지금의 어려움이 경제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나라의 미래가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마두로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를 일컬어 “21세기의 나치”라며 “이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강경 진압을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국채를 헐값에 팔아 반정부 시위대 진압용 무기를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제헌의회 구성을 통한 헌법 개정으로 정국 혼란을 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달 30일 제헌의회 선거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파 야권 연합 국민연합회의(MUD)는 제헌의회가 마두로 대통령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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