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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이란 고래 싸움에… ‘육해공 봉쇄’ 등터진 카타르

입력 2017-06-07 05:05:01






중동의 소국 카타르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권 7개국이 테러 지원을 이유로 단교 조치를 취하면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 6일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바레인 등 주변국은 항공과 육로, 바닷길 등을 이미 차단했다. 사우디와 UAE는 자국민의 카타르 여행과 거주, 경유를 금지했고, 자국 거주 카타르 국적자도 14일 안에 출국하라고 요구했다. 양국은 전날 단교 발표 직후 설탕 수출도 중단했다. 카타르는 두 나라에서 연간 10만t의 설탕을 수입하고 있다. 또 카타르 언론사들의 해외지사도 폐쇄했고, 방송 송출도 막았다.

현지 SNS를 통해서는 시민들이 슈퍼마켓에 몰려가 사재기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올라오고 있다. 카타르는 사막 기후여서 농산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소비되는 식료품의 30∼40%를 사우디 국경을 통해 수입하고 있다. 삼면이 페르시아만 바다에 면해 있는 카타르의 유일한 육상 통로는 사우디와 통하는 국경뿐이다. 카타르 도하의 한 주민은 로이터 통신에 “사람들이 수입된 식품 사재기에 바쁘다”면서 “이런 대혼란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카타르의 식량난 우려 속에 이란 농산물 수출협회는 카타르에 해상으로 식품을 수출할 수 있다며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사우디 등은 같은 수니파 국가인 카타르가 다른 수니파 왕정 및 기득권 세력의 축출을 꾀하는 반군을 지원하는 한편 시아파 국가인 이란과 협력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번 단교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카타르 경제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사우디 국경을 통해 육로로 수송되던 시멘트, 철강 등 건축 자재 수입이 막힐 경우 2022년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를 위한 각종 건설 사업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중동의 허브공항 공사로 성장을 계속하던 국적기 카타르항공도 운항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외무부는 7개국의 단교 선언에 “주권 침해이자 근거 없는 거짓말과 추정에 근거한 불법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외교 갈등이 확산되자 쿠웨이트가 카타르와 7개국을 화해시키기 위해 중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는 인구 220만명이고, 이 중 90%는 외국인으로 자국민은 소수다. 천연가스와 석유 등 자원이 풍부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만9000달러(8850만원)에 달한다. 한국과 일본이 카타르산 천연가스 주수입국이다.

중동이 혼돈에 빠지면서 중국도 고민에 빠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야심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의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자칫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을 연결하는 일대일로상에서 중동은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전략적 핵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또 사우디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다. 중국과 사우디의 지난해 교역규모는 420억 달러(약 47조원)에 이른다. 일대일로가 시작된 이후 중국 기업들은 중동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공상은행은 2015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첫 소매 영업점을 개설했고, 최근 카타르에 중동 지역 첫 위안화 청산은행을 설치했다.

중국해양대학 팡중잉 선임연구원은 “중동 국가 간 분쟁은 중국과 중동의 관계를 복잡하게 할 수 있다”며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중동 지역에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만큼 그동안의 ‘중동 불개입’ 정책의 수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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