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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상상력 독특한 두 권의‘그래픽 노블’

입력 2017-06-16 05:05:03
각각 프랑스와 이탈리아 작가가 펴낸 그래픽 노블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왼쪽 사진)과 ‘아들의 땅’ 표지. 이들 작품은 개성 넘치는 그림이 독특한 내용과 어우러지면서 묘한 감흥을 자아낸다. 각 출판사 제공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쥘리 다셰·마드무아젤 카롤린(그림) 지음, 양혜진 옮김, 이숲, 200쪽, 2만원

아들의 땅/지피 지음, 이현경 옮김, 북레시피, 288쪽, 1만8000원


만화의 외피(外皮)를 둘렀지만 소설 못지않은 깊이를 전하는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 분야에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신간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저마다 독특한 상상력을 뽐내면서 인간과 세상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책들이다. 특히 최근 출간된 두 권의 그래픽 노블은 이 분야 책을 탐독하는 독자라면 반색할 만한 신간일 듯하다.

우선 프랑스 사회심리학자 쥘리 다셰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저자의 삶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언어 지체나 지적 장애가 두드러지진 않지만 사회생활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는 자폐증이다. 이 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해 ‘왕따’를 당하기 십상이다. 작은 소음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모든 일과는 정해진 공식에 따라 처리해야 직성이 풀린다.

저자가 주인공으로 내세운 인물은 20대 직장 여성 ‘마그리트’. 마그리트는 자신의 ‘비정상’을 자책하며 괴로워하다가 전문가로부터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판정을 받는데, 오히려 이런 진단이 내려지자 안도감을 느낀다. ‘마그리트는 닥터 크로우와 면담하고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진료실을 나섰다. 마침내 누군가가 자신의 상태를 이해해줬다는 기분이 들었다.’

마그리트는 같은 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과 소통하기 시작한다. 블로그를 개설하고, 직장을 그만둔 뒤 사회심리학 연구에 뛰어든다. 마그리트의 이러한 이야기는 저자의 인생 스토리이기도 하다. 저자는 첫머리에 ‘내면 깊은 곳으로 내려가 있는 그대로의 자기 정체성을 인정한다면, 바로 당신이 다른 사람들의 본보기가 됩니다’라고 썼다.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인생의 건승을 기원하는 독려의 메시지로 읽힌다.

저자는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래픽 노블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만화가 가장 이상적인 매체라고 생각했다. 만화는 이야기에 몸을 부여한다.” 저자의 발언 중 ‘이야기에 몸을 부여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아마도 문장만으로는 전하기 힘든 정서와 이미지를 그림을 통해 부연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이탈리아 만화가 지피가 펴낸 ‘아들의 땅’도 인상적인 그래픽 노블이다. ‘아들의 땅’은 인류가 대부분 절멸하고 문명이 사라진 시대에서 살아가는 아버지와 두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저자는 거친 질감의 그림체를 통해 디스토피아의 암울한 삶을 전한다. 인간의 야만성과 인류애의 가치를 되새기게 만드는 내용이다. 독자에 따라서는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코맥 매카시의 장편소설 ‘로드’를 떠올릴 수도 있을 듯하다.

지피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23회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초청 강연을 가졌다.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의 저자 쥘리 다셰도 오는 18일 이 도서전에서 ‘만화,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는 효과적인 방법’을 주제로 열리는 대담에 참석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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