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그렌펠 타워 대형 화재를 계기로 해당 건물 관리회사가 입주자들에게 주지시킨 ‘화재 시 집 안에 머물러 있으라’는 대응 방침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배 안에 있으라’는 지시와 비슷한 이 지침 때문에 이번 사건이 ‘영국판 세월호 사건’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화재가 난 건물 관리회사는 2014년 주민들에게 배포한 안내문에 “다른 지시를 듣기 전까지는 실내에 ‘머무른다(stay put)’는 지시가 적용된다”고 명시했다. 한 입주민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건물 내 화재 대피 안내판에도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신문은 이런 지침이 자신의 집 안이나 집 밖 통로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가 아니라면 탈출하지 말고 집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권고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불길이 순식간에 건물 벽면을 타고 고층까지 번진 이번 화재 상황에선 이런 권고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도 BBC방송에 “실내에 머물라는 권고는 잘못된 것”이라며 “다행히 다수 주민이 이 권고를 따르지 않고 탈출했다. 이것은 대답이 필요한 질문”이라고 비판했다.
1974년 지역 당국의 재원이 투입된 공공임대주택으로 완공된 그렌펠 타워는 지난해 5년이 걸린 리모델링이 완전히 마무리됐다. 주로 서민과 이민자 등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아파트엔 리모델링 이후 콘크리트 건물 외벽에 단열을 위한 알루미늄 합성 피복이 부착됐다. 일각에선 저층에서 발생한 화재가 삽시간에 고층까지 번진 원인이 이 합성 피복일 수도 있다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특히 이 건물 입주민들은 대형 참사를 수차례 경고했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입주민들이 구성한 ‘그렌펠 액션 그룹(GAG)’은 지난해 자체 웹사이트에 글을 올려 “소방안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화재가 발생하면 엄청난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당시 “모두가 우리의 경고를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재앙이 발생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