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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과 ‘군함도’… 영화, 일제 만행을 정조준하다

입력 2017-06-21 00:05:01
‘박열’에서 대역죄인이란 명목으로 일본 법정에 선 박열(이제훈)이 최후 주장을 쏟아내는 모습(왼쪽 사진)과 ‘군함도’에서 독립군 박무영(송중기)이 조선인들을 이끌고 섬 탈출을 도모하는 장면. 각 영화사 제공
 
영화 ‘박열’(위 사진)과 ‘군함도’의 한 장면.


일제 치하의 역사는 우리 민족의 씻을 수 없는 아픔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적 슬픔이기도 하다. 그 시대 이야기가 여러 문화예술 장르의 단골소재로 다뤄지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영화만 하더라도 일제강점기 배경의 작품은 수두룩하다. 멀리 ‘아나키스트’(2000)부터 최근 ‘암살’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이상 2015) ‘밀정’ ‘동주’ ‘귀향’ ‘덕혜옹주’(이상 2016)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뚜렷한 메시지를 강조하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올여름 극장가 기대작으로 꼽히는 영화 두 편 역시 궤를 같이한다. 이준익 감독의 ‘박열’(오는 28일 개봉)과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7월 개봉)다. ‘박열’은 1923년 일본인에 의해 조선인 6000여명이 희생당한 간토(관동) 대학살 사건의 이면을 다루고, ‘군함도’는 태평양 전쟁 이후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징용 당했던 군함도(하시마)의 역사를 들춘다.

이 감독은 두 작품에서 연달아 일본 제국주의를 정면 비판했다. ‘동주’를 통해 윤동주(강하늘) 시인과 송몽규(박정민) 열사를 조명한 데 이어 ‘박열’에서는 독립운동가 박열(이제훈)의 삶을 스크린 위에 펼쳐냈다. 그는 “근현대의 실존인물을 영화화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지만 그 시대를 보여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박열은 1919년 일본으로 건너가 비밀결사 흑도회를 조직해 무정부주의 운동을 벌인 아나키스트다. 그는 간토 대학살 당시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일본 황태자 암살 계획을 자백하고 법정에 섰다.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기 위해 사형 선고를 감수하고 행동에 나선 것이다. 영화는 박열의 투쟁 과정을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재현해낸다.

이 감독은 “보통의 일제강점기 영화들은 감정적 호소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박열’은 보다 이성적인 태도로 일본 제국주의의 모순을 지적하고자 했다”면서 “반일영화가 아닌 부당 권력에 대항해 진실을 추구하는 한 젊은이의 뜨거운 함성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열’에 비해 ‘군함도’는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제작비만 따져도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군함도’는 순제작비 220억원이 투입된 대작.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출연진 면면부터 화려하다. 류 감독은 “우리 영화는 주·조·단역을 불문한 모든 배우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탄생했다”고 소개했다.

영화는 1938년 일제 국민 총동원령이 내려진 이후 수많은 조선인들이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군함도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당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이 뼈대 위에 극적 요소를 첨가했다. 조선인 400여명이 집단탈출을 감행한다는 중심 스토리는 창작된 부분. 당시 기록이 충분히 남아있지 않기에 가능할 법한 상황을 가정했다는 게 감독의 말이다.

류 감독은 “우리 영화는 극단적 민족주의에 집중하지 않는다. ‘감성 팔이’나 ‘국뽕’에 의지한 영화가 아니다”라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측은지심에 대한 이야기다. 궁극적으로는 ‘전쟁이 인간을 얼마나 괴물로 만들 수 있는가’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군함도’가 흥행하면 한일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일본 측 시각에 대해선 “이웃나라로서 양국 관계가 잘 풀려가길 바란다. 하지만 해결할 건 해결하고 넘어가는 게 도리 아니겠나. 이치에 맞아야 올바른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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