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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의 화려한 ‘빛의 향연’ 즐기세요

입력 2017-06-22 05:05:02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화담숲의 애반딧불이가 청정 계곡 속에서 크리스마스 트리의 꼬마전구처럼 반짝이는 연두빛을 뿜으며 ‘불빛쇼’를 펼치고 있다. 화담숲은 서울 인근에서 반딧불이를 볼 수 있어 인기다.
 
쌀알 크기의 애반딧불이. 화담숲 제공




‘반짝이는 작은 불빛이 크리스마스 트리의 꼬마전구 같아요.’

지난 16일 밤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에 위치한 화담숲을 찾은 어린이들이 어두운 숲속에서 깜박깜박 연두색 빛을 뿜으며 사뿐사뿐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보며 마냥 신기해했다.

화담숲은 LG상록재단이 자연생태환경 복원과 보호를 위한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한 생태수목원이다. 초여름 이곳에서는 자연의 밤을 반짝이는 빛으로 아름답게 수놓는 ‘청정자연의 별빛’ 반딧불이를 관찰할 수 있다.

서울에서 40분 거리인 화담숲은 애반딧불이 애벌레의 먹이인 다슬기가 서식할 수 있도록 반딧불이원을 조성하고, 서식환경 복원을 위해 깨끗한 수질과 토양을 관리해 청정 생태공간을 유지하고 있다. 그 덕분에 매년 6월 중순이 되면 반딧불이원에서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1000여 마리의 반딧불이가 ‘불빛쇼’를 펼친다.

화담숲 입구를 시작으로 반딧불이원, 수국원, 수련원 일대를 거닐며 시원한 계곡 주위로 영롱한 빛을 내는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다. 산책로에서는 해설가가 반딧불이의 성장과정, 생태환경에 대한 설명도 들려준다. 아이들에게는 신비로운 체험을, 어른들에게도 아련한 옛 추억을 가져다 준다.

캄캄한 어둠이 내려앉은 숲 속에 손톱만큼 작지만 선명한 빛을 깜빡이며 허공을 가로지르는 반딧불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준다. 사람들은 반딧불이의 오묘한 불빛을 통해 자연과의 교감과 공감, 향유 등의 감정을 느낀다. 반딧불이를 ‘정서곤충'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반딧불이의 스트레스를 막기 위해 불필요한 조명의 사용은 제한된다. 인위적인 조명이 없는 곳에서 만날 수 있는 만큼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서는 서로 손잡고 어두운 숲길을 걸어야 하는 과정이 따른다. 어둠이 낯선 이들에게 이 경험은 손잡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청각과 촉각, 후각에 의지할 수 있는 ‘어둠의 마법'과 같은 기회다.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면 사랑하는 이와 반딧불이를 찾아볼 것을 추천하는 이유다.

반딧불이는 어둡고 습기 찬 곳을 좋아해 낮에는 개똥이나 소똥 밑에 숨는다고 해서 개똥벌레라고도 불렸다. 전세계적으로 2000여종이 기록돼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애반딧불이, 늦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3종이 관찰된다. 화담숲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애반딧불이다.

과거 풀숲이나 논·밭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던 ‘사랑의 속삭임’인 반딧불이의 영롱한 빛의 향연은 6월부터 한여름인 8월까지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환경에서만 만날 수 있다. 전북 무주 반딧불이 서식지는 천연기념물 322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반딧불이는 빛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암수가 서로 알아본다. 배 마디의 노란색을 띠는 발광세포에서 루시페린을 배출하고 이 물질이 산소와 만나 아름다운 빛을 발산한다. 성충이 되기 위해 1년 동안 알, 애벌레, 번데기 기간을 거쳐 15배 이상의 크기로 자라 짝짓기가 시작되면 비로소 빛을 내며 하늘을 난다.

쌀알 크기의 애반딧불이의 경우 암컷은 한 개의 마디에서 빛을 내고 수컷은 두 개의 마디에서 빛을 낸다. 일정한 간격으로 빛을 내는 암컷과 이에 반응해 빛을 깜빡이며 구애하는 수컷이 사랑의 군무를 춘다. 애반딧불이는 교미 후 이끼나 나무뿌리에 알을 낳기 때문에 이끼가 풍부하게 자라는 환경이 필수적이다. 20여일 뒤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는 10개월 동안 맑은 물에 사는 다슬기나 물달팽이를 주로 먹으며 자란다. 맑은 수질과 먹이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후 땅으로 올라와 집을 짓고 20일 간 번데기 생활을 거쳐 날개를 갖춘 성충이 된다. 1㎝도 되지 않는 크기의 성충은 암컷이 수컷보다 크다. 2주 남짓의 시간 동안 신비로운 연둣빛을 내며 혼인비행을 한 뒤 최후를 맞는다.

지난 15일 개막된 곤지암 반딧불이 축제는 다음 달 2일까지 휴장일인 26일을 제외하고 매일 밤 9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된다. 화담숲 홈페이지(www.hwadamsup.com)에서 사전 예약을 통해 반딧불이 축제에 참가할 수 있다. 하루 1000명에 한해 선착순 예약을 받는다. 참가비는 성인 5000원,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 3000원이며 24개월 이하 유아는 무료다.

광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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