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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슘페터가 떠받든 기업가 정신이 4차 산업혁명 키워드”

입력 2017-06-23 00:05:01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린다면, 이 책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저자는 향후 새 정부에 적잖은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변양균(68) 전 기획예산처 장관. 그가 펴낸 ‘경제철학의 전환’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경제의 패러다임을 뒤엎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파격적인 제안이 적지 않아 눈길을 끄는 신간이다.

변 전 장관이 주목하는 인물은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1883∼1951)다. 슘페터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그와 함께 20세기 경제학의 양대 산맥으로 통하는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를 끌어와야 한다. 알려졌다시피 케인스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통한 수요 확대를,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에 기반을 둔 ‘공급 혁신’을 주창했다. 변 전 장관은 ‘케인스주의의 한계를 실감하고 있다’면서 슘페터를 예찬한다. ‘기업가들이 노동 토지 자본이라는 생산요소를 자유로이 결합하여 ‘창조적 파괴’를 할 수 있어야 미래의 성장을 약속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슘페터에 주목하는 이유다.’

슘페터가 떠받든 기업가 정신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풀어갈 키워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변 전 장관은 정부가 기업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적극적인 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숨은 실세로 통하지만 책에는 복지지출 확대 등을 통해 케인스식 정책을 밀어붙이는 문재인정부 정책 기조와 충돌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기업에 해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거나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방적 이민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대표적이다. 그의 제안은 과연 새 정부 정책에 얼마나 반영될까. 새 정부 인사에서 ‘변양균 라인’이라는 말이 회자될 만큼 그와 가까운 인사가 대거 요직에 등용된 점에 비춰보면, 허투루 보고 넘길 책은 아닐 듯하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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