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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실의 ‘소프트 쿠데타’?

입력 2017-06-21 18:10:01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81)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왕위 승계 1순위인 왕세자를 조카에서 친아들로 전격 교체한다는 칙령을 내렸다. 형제세습의 오랜 전통을 깨고 부자세습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21일(현지시간) 살만 국왕이 이날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31·사진) 국방장관 겸 제2왕위 계승자를 제1왕위 계승자로 격상했다고 보도했다. 원래 제1왕위 계승자인 모하마드 빈나예프 알사우드(57) 내무장관은 제2왕위 계승자로 밀려나고 장관 자리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알사우드는 살만 국왕의 친형 나예프(2012년 사망)의 아들이다. 이로써 살만 국왕은 2015년 4월 이복동생인 무크린 빈압둘아지즈 당시 왕세자를 폐위시킨 데 이어 2년 만에 다시 왕세자를 교체했다.

결과적으로 살만 국왕은 부자세습의 꿈을 이루게 됐다. 1932년 초대 국왕 압둘아지즈 알사우드가 연 사우디 왕가는 형제세습으로 왕위를 이어왔다. 이 전통은 권력 독점을 막기 위해 시작됐다. 살만 국왕도 2015년 1월 이복형이던 압둘라 빈압둘아지즈 국왕이 세상을 떠난 뒤 왕위를 계승했다. 하지만 결국 조카를 몰아내고 부자세습으로 방향을 틀었다.

빈살만 왕자의 왕세자 승격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그동안 살만 국왕이 친아들을 자리에 앉힐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빈살만 왕자는 사우디에서 가장 중요한 군과 에너지산업을 관장해 실세로 통했다. 2015년 예멘 공습을 진두지휘하고 지난 3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살만 국왕이 고령이라 향후 큰 변수가 없는 한 빈살만 왕자가 국왕 자리를 이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즉위할 경우 최연소 국왕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역사상 30, 40대에 왕좌에 오른 경우는 없었다. 개혁적 성향의 빈살만 왕자는 지난해 4월 석유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장기 국가운영 개혁안 ‘비전 2030’을 발표하기도 했다.

살만 국왕은 이날 신임 내무장관에 역시 30대인 압둘아지즈 빈사우드 빈나예프(34) 왕자를 임명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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