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HOME  >  시사  >  출판

[지구촌 베스트셀러] 마그누스 브레히트켄 ‘알베르트 스피어, 한 독일적 입신’

입력 2017-06-23 00:10:01




독일에서 현 시대에 대한 성찰은 나치 역사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된다. ‘알베르트 스피어, 한 독일적 입신(立身)’은 알베르트 스피어에 대한 폭로적 전기이다. 스피어는 히틀러의 기술 관료로 그가 가장 아끼던 건축가이자 친구였다. 스피어에 대한 전기는 수차례 출판되었으나 대부분 그를 적극적 나치추종자가 아닌, 단순가담자 또는 나치에 순종하며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던 ‘뛰어난 기술관료(technocrat)’로 묘사해 왔다. 그러나 저자 마그누스 브레히트켄은 스피어를 1940년대 독일 나치체제에 열정적으로 가담했던 민간 엘리트의 전형으로 묘사한다. 스피어는 나치 지도체제의 일원으로 전쟁물자 수급의 총책임자였으며 2차대전 시 수백만을 죽음의 강제노역에 투입했던 인물이지만, 분단 이후 서독의 역사기록은 그를 몰역사적 전문가로 포장하여 면죄부를 주었다고 이 책은 평가한다. 또한 스피어는 자신의 주군인 히틀러를 능가하는 탁월한 이미지 연출가로 ‘인간의 얼굴을 가진 나치’에 대한 전쟁세대의 향수를 채워준 자기기만의 상징물이었다고 설명한다.

저자의 이러한 비판적 분석은 역사반역에 참가한 권력자들의 행위가 단순가담으로 영원히 포장될 수 없으며 과거의 적폐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이 전기는 자신을 영혼 없는 기술 관료로 포장하며 과거 실정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한국의 엘리트 집단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독일 역사학자인 브레히트켄은 1964년에 태어났으며, 본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부터는 뮌헨 시대역사연구소의 부소장 및 뮌헨대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나치즘, 국제관계 역사 및 정치회고록의 역사적 영향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베를린=김상국 통신원 (베를린자유대 연구원)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