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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스누버’로 달려보니… 버튼 누르자 차들 사이로 쑥∼ 갑자기 옆차가 끼어들자 끽!

입력 2017-06-23 05:05:03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 계동경 연구원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달리는 자율주행 자동차 ‘스누버(SNUver)’ 운전석에 편하게 앉아 있다. 윤성호 기자
 
스누버가 여의도 도심을 여유있게 달리는 모습. 윤성호 기자


자동주행 버튼을 눌렀다.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뗐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왕복 8차로 도로 위다. 양옆과 앞뒤로 차들이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서울대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스누버(SNUver)가 22일 도심주행에 성공했다. 도로가 반듯하고 도심보다 교통량이 적은 여의도 구간이었지만 차로 변경이 잦은 환승센터와 보행자가 많은 국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앞까지 5㎞ 구간을 무사히 달렸다. 자율주행차가 국내 도심을 달리는 건 처음이다.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 연구원이 운전석에 앉고, 기자는 뒷좌석에서 지켜봤다.

직진 구간을 달릴 때도 스누버는 인간이 운전할 때처럼 핸들을 조금씩 움직였다. 우회전 구간이 등장했다. 차로를 바꾼다는 깜빡이 신호는 운전석에 앉은 연구센터 계동경(29) 연구원이 조작했다. 차는 스스로 우회전 차로로 옮겨 코너를 돌았다. 모범주행이다.

앞에 빨간신호등이 켜졌다. 앞에는 시내버스. 시속 40㎞ 정도로 달리던 스누버는 서서히 속도를 줄여 2m 뒤에 완전히 멈췄다.

급정차도 있었다. 오른쪽에서 차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끼익∼.” 1m가 채 안 되는 간격을 두고 차가 섰다. 모든 과정을 스누버가 스스로 판단했다. 계 연구원은 “기계에 대한 신뢰도가 아직 낮아 사람들은 자율주행차의 급정차에 더 예민하다”고 했다. 연구원은 직접 브레이크를 눌러 자동차를 세웠다. “불안하면 언제든지 운전자가 직접 브레이크를 누를 수 있도록 해뒀다”고 설명했다.

일반 시내도로를 달리기 위해 지난 3월 국토교통부에서 유효기간 5년의 임시주행 면허를 발급받았다. 연구팀은 “여의도는 도심이라는 상징성이 있다”며 “교통량도 많고 혼잡한 곳이기도 해 여기서 성공하면 어디서든 괜찮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에 ‘관악구청장 임3720’ 번호판을 단 스누버 지붕에는 원통형 센서 4대가 삐죽 솟아 있었다. 레이저를 쏴서 물체의 위치와 거리를 확인한다. 연구팀은 “4대의 센서는 360도 전방위 물체를 인지해 사각지대 없이 안전하게 차로 변경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센서는 신호등 색깔은 알아보지 못한다. 신호등이나 표지판, 차선을 인식하는 건 내부 카메라의 몫이다.

내부에는 블랙박스 위치에 카메라 2대가 전방을 향해 달려 있고 내비게이션 위치에 개발자를 위한 PC가 설치됐다.

스누버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에서 스누버2를 운행한 뒤 도심 주행을 목표로 스누버3를 개발해 왔다. 스누버 시리즈는 미국자동차공학회가 분류한 자율주행 기술단계 중 ‘통합 능동제어’라 불리는 4단계에 해당한다. 위험 상황을 제외하고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알파고처럼 달릴수록 경험치가 쌓여 운전 실력이 좋아지는 딥 러닝(Deep Learning) 기능도 갖췄다. 위성위치시스템(GPS)이 잘 안 터지는 경우에도 주변 상황과 내부에 저장된 지도를 비교해 스스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돌발상황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센서 신호인식 능력도 개선시켰다. 앞으로 세종시 등에서도 도심 주행에 나설 예정이다.

연구팀은 더 복잡한 도심을 주행할 수 있는 ‘스누비’라는 새 자율주행차도 준비하고 있다. 서승우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은 “이제까지는 국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더뎠다”며 “2030년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앞으로 연구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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