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늪에 빠진 한국 보수 정치권이 ‘젊고 유능하며 개방적인 지도자’를 발굴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여의도연구원과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의 미래를 디자인하다’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으로 위기를 자초한 보수 진영을 향한 질타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또 보수 진영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의 도덕적 책무) 실천 등 도덕적으로 재무장해 보수 정치를 혁신해야 한다는 제언이 공감을 얻었다.
토론 참석자들은 보수 재건의 핵심이 ‘젊은 지도자를 통한 새로운 리더십’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한국 보수 세력은 새로운 리더군을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며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역량 있는 지도자임에도 불구하고 미래 리더십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젊고 유능한 지도자군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5년 당시 보수당 개혁을 내걸고 보수당 대표가 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모범 사례로 거론됐다. 그는 2010년 13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루고 43세의 젊은 나이에 총리 자리에 올랐다.
김주성 전 한국교원대 총장은 “캐머런 전 총리는 개방적이고 소통 지향적인 정치성을 보였다”면서 “한국 보수도 낡은 사고에서 벗어난 새로운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젊고 매력적인 지도자는 세계적인 추세처럼 보인다. 프랑스 정치에 돌풍을 몰고 온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977년 12월 생으로 39세에 불과하다. 1971년 12월에 태어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46세다.
문제는 현재 한국 보수 진영에서 젊고 참신한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보수 진영의 거의 모든 정치인은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국정 농단과 탄핵의 불똥을 맞지 않은 보수 정치인은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원희룡 제주지사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젊은 리더십이 해법이라는 걸 우리가 왜 모르겠느냐”면서 “그러나 젊고 유능한 보수 정치인을 찾는 것은 바다에 떨어진 바늘을 찾는 일만큼 어렵다”고 했다.
원조 소장파인 원 지사와 남경필 경기지사를 젊은 리더십으로 보기 힘들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권에 오래 몸을 담아 참신함이 예전보다 떨어지는 데다 원 지사는 1964년생이고, 남 지사는 1965년생으로 50대 초·중반이다. 이들을 포함한 과거 원조 소장파는 참신함보다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젊은 지도자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는 인적쇄신과 세대교체와 맞물린다. 한국당의 한 초선의원은 “현재 보수 진영을 이끄는 리더급 인사들이 뒤로 빠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면서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젊은 보수 인사들을 찾아내 스타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