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다뤄야 할 과제는 정상 간 신뢰 구축이다. 이번 회담은 양국 모두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미 관계의 큰 방향을 설정하는 자리다. 그런 만큼 ‘언제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유대감을 쌓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교 원로 및 전문가들은 한·미가 대북 정책에 있어 한 배를 타고 있고, 한·미동맹 역시 이상기류 없이 건전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정상회담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환영 만찬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백악관에서 외국 정상과 환영 만찬을 하는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동맹국 정상 예우 차원으로, 이런 기회를 적극 활용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5일 “정상회담은 디테일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큰 방향을 짚고 설정하는 자리”라며 “세부 현안에 집착하기보다 큰 틀에서 전략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양국은 아직 북핵 문제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없는 상태”라며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후속 조치를 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한·미 관계를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데 방점을 찍고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6·25전쟁 67주년 메시지를 통해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정상회담 준비에 매진했다.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됐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문재인정부의 사드 관련 조치를 언급하며 “동맹의 신뢰를 깨는 방향으로 일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정상이 면전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든 판을 안 깨도록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현재로선 정상 간 정면충돌을 피하고 파탄을 면하면 다행”이라고 했다. 또 “북한 비핵화 전략 등에 대해 큰 틀에서 교감을 할 수는 있겠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내용 있는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의 개인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문 대통령은 1950년 12월 ‘흥남철수’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거제도로 피난해 정착한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 흥남철수 작전 참전 용사들을 초청해 만날 예정이다. 1976년 8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벌어진 북한군의 ‘미군 도끼 살해사건’ 당시 특전사에 복무하던 문 대통령이 이후 작전 현장에 있었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관심을 가질 만한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개인사를 시작으로 대화를 풀어가면 의외로 두 정상이 쉽게 호감을 갖고 좋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