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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떨군 ‘갑의 횡포’…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 대국민 사과

입력 2017-06-26 17:55:01


‘명목상 중간유통사’를 통해 미스터피자 가맹점들로부터 치즈값 이익을 취하고, 독립한 가맹점주들에겐 보복 영업을 해온 정우현(69·사진) MP그룹 회장이 26일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가맹점주들의 장기 농성에도 끄떡없었지만 검찰 수사가 자신을 향하자 곧바로 책임을 통감하는 모양새다.

정 회장은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MP그룹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 논란과 검찰 수사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참 말을 잇지 못하다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그는 보복 출점 논란을 빚은 이천점과 동인천역점에 대해서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즉시 폐점한다”고 했다. 동생 내외가 운영하는 C사 등을 내세워 ‘치즈 통행료’를 받아온 의혹과 관련해서는 “식자재는 친인척을 철저히 배제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구매하겠다”며 울먹였다.

회장이 떠난 MP그룹은 “본사와 가맹점이 ‘갑을관계’가 아닌 사업 파트너로 자리잡게 하는 게 큰 방향”이라며 상생위원회를 구성,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이후에야 제시된 상생 방침을 둘러싼 업계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을 그만둔 뒤 ‘피자연합협동조합’을 만들었던 이모(41)씨는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는 최근까지도 본사의 상생협약 미이행과 광고비 부담 전가 등을 지적하며 218일간 천막을 치고 농성했었다.

검찰의 강제 수사와 그에 따른 정 회장의 사과가 한국사회에 만연한 ‘갑질’ 문화를 뿌리 뽑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여론도 크다.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이준식)에 소환될 정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MP그룹은 물론 ‘명목상 중간유통사’인 C사와 J유업의 최근 12년치 법인계좌 입출 내역을 분석 중이다(국민일보 6월 26일자 1·11면 보도). ‘갑질’로 거둔 이익이 정 회장 일가의 부외자금으로 형성됐을 가능성까지 살피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대검 반부패부장을 지낸 ‘특수통’ 강찬우 전 검사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황인호 오주환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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