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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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장애인 전문 예술인 양성하자

입력 2017-06-29 00:10:01


대한민국 장애인 문화예술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장애인 인권의 발전에 발 맞춰 이들의 문화예술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2015년 정부 주도의 장애인문화예술센터 ‘이음’이 한국문화예술의 태동지인 대학로에 건립되는 쾌거도 이뤄졌다. 한국 근현대 예술의 요람인 대학로에 장애예술계의 새로운 도전과 도약의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이음’은 말 그대로 장애인들의 문화예술적 잠재력이 실제 창작활동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건강한 사회적 역할을 확장해 나가도록 견인하고 지원하는 베이스캠프다. 이러한 베이스캠프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이음’은 센터 내에 미술 음악 무용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의 창작과 발표가 가능한 공간을 마련했다. 노력의 결과는 놀라웠다. ‘이음’은 이제 연간 14만명(2016년 기준) 이상이 방문하고, 수많은 장애인 문화예술가들이 창작행위에 땀과 열정을 쏟는 아지트가 됐다. 더 나아가 장애, 비장애를 구분 짓지 않는 예술향유의 명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어느 분야든 기초를 쌓는 일은 어렵다. ‘이음’ 역시 기초를 다져나가는 과정에 있어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장애인 예술분야연구조사, 장애예술인실태조사연구, 정책방향 설정, 창작활동 및 제작 지원, 장애예술인 전문교육 및 장애인 예술분야 해외 네트워킹 등 산적한 해결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이음’이 지향하는 것은 장애인 예술을 위한 복지행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 땅의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예술적 창조행위 구현에 있어 어떤 차별도 겪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장애,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한 공동프로젝트 ‘조금 다른 밴드’ 진행을 함께한 가수 이상우씨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우리 큰아들 승훈이(발달장애)가 원하는 건 특별한 배려가 아니에요. 자기를 남들과 똑같이 대해주는 거죠. 장애를 가졌다는 건 작은 차이에 불과한데 사람들은 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려고 할까요.”

동일한 관점에서 이음은 ‘조금 다른 것’이 ‘크게 다른 것’이 되지 않도록 간격을 좁히고,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지 않는 장애, 비장애인 상생의 예술 환경을 조성하는데 궁극의 목적을 두고 있다. 앞으로의 숙제는 문화예술 창작과 향유를 통해 치유와 표현의 다양성이 소통되는 정신적 거점으로 활동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헬렌 켈러는 “장애는 불편한 일이지만 불행한 일은 아닙니다”고 했다. 오히려 불편한 일을 불행으로 느끼는 것이 장애라는 것이다.

장애인문화예술에는 문화예술에 참여하며 향수를 누리는 대다수 장애인이 있는가 하면, 가수 배우 화가 연출가 등 문화예술가가 되어 역량을 보여주려는 이들도 많다. ‘이음’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소외돼 있는 문화예술 활동을 장애인의 권리로 보장해줄 뿐 아니라 지원과 배려를 통해 장애인문화예술인을 육성코자 한다. 또 문화예술가로서의 각종 차별을 극복하고 정서적이고 행정적인 지원을 병행할 것이다.

문화예술은 인간의 삶에 있어 끊어지지 않는 젖줄과 같다. 그런 맥락에서 장애 문화예술계의 부흥은 미학의 보편성 회복에만 머무르는 것을 넘어서서 장애인 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할 것이다.

신종호 이사장(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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