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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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삶] 인간과 과일

입력 2017-06-29 17:50:01
잘 익은 과일


수십만 년 동안 수렵과 채집으로 생존해 온 현생인류가 정착 생활을 하면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사건은 약 1만년 전부터다. 농경시대 이전의 과일은 지금 우리가 먹는 것과는 달라서 대부분은 크기가 매우 작고 딱딱했다고 알려져 있다. 근대 이후 종자 개량을 거듭해서 지금과 같이 크고 부드럽고 달콤한 과일을 먹게 되었다. 농업 기술 발달과 함께 상품화를 통해 과일의 종류와 크기, 색깔 또한 다양해졌다. 최근 1인 가족이 늘면서 작은 크기의 다양한 색깔과 맛을 가진 과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포유류 중에서 색깔을 볼 수 있는 동물은 일부 영장류를 제외하고 인간이 유일하다. 눈을 본뜬 카메라는 색상을 골고루 포착하도록 설계돼 있어서 색상 감지 능력이 인간의 눈보다 우수하지만, 우리 눈은 초록과 빨강의 미묘한 차이를 잘 감지한다. 나무의 초록 잎과 잘 익은 과일을 구분해서 채취하는 능력은 채집 생활을 해온 인간의 유전자에서 기인한다. 노랑이나 주황, 빨강 과일로 단맛을 섭취해 온 덕분이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의 특이한 색 지각 원리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식량 부족에 시달린 먼 옛날 조상들은 생존에 유리한 피하지방 저장용 비만 유전자를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유전자로 인해 현대의 육식문화는 급속한 비만 인구 증가를 가져왔다. 포유류는 제각기 생존 조건에 맞는 이빨을 갖추고 있다. 육식동물은 송곳니만 있고, 초식동물은 앞니만 있다. 인간은 잡식성이라 앞니, 송곳니, 어금니를 골고루 가지고 있다. 치아 배열로 보자면 과일이나 채소 2, 육류 1, 곡류 5의 비율로 섭취하도록 설계된 셈이다. 수렵, 채집 시대에 맞춰져 있는 우리 몸은 유전자와 식사의 불균형으로 각종 질병에 시달리기 쉽다. 다양한 색깔의 과일은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는 사실을 재확인해본다.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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