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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콜업’ 황재균, 데뷔전 ‘극적 축포’

입력 2017-06-29 18:15:01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황재균이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4회 힘껏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첫 무대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며 역대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 데뷔 후 가장 빨리 홈런을 생산한 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작은 사진은 황재균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공. AP뉴시스·황재균 인스타그램


“황재균이 이곳에 오기 위해 한국에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 황재균은 꿈을 이뤘고, 엄청난 홈런도 때려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브루스 보치 감독이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전을 마치고 한 말이다.

보치 감독의 말처럼 메이저리거가 되기 위해 모든 부귀영화를 버리고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던 황재균(30)이 자신의 빅리그 첫 무대에서도 극적인 드라마를 썼다. 황재균은 4타수 1안타(1홈런 포함)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3-3으로 따라잡힌 6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세 번째 타석을 맞은 황재균은 상대 좌완 선발 카일 프리랜드의 3구째 체인지업을 통타,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역전 솔로포를 그려냈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비거리 417피트(127m)짜리 대형 홈런이었다.

이로써 황재균은 역대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 데뷔 후 가장 빨리 홈런을 생산한 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와 이대호(전 시애틀 매리너스)의 데뷔 3경기째 첫 홈런 기록을 넘어섰다. 또 2014년 애덤 듀발 이후 3년 만이자 구단 역사상 17번째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선수가 됐다. 팀이 5대 3으로 승리하며 경기 최우수선수(MVP)까지 된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한 경기라도 뛰고 싶어 미국에 건너왔는데 이 경기에서 결승 홈런까지 쳐 믿기지가 않고 꿈만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지 반응은 뜨겁다. MLB닷컴은 ‘웰컴 빅리그. 홈런이 첫 안타’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지 더 머큐리 뉴스는 “황재균이 빅리그에서 뛰는 꿈을 실현하기까지 그의 야구인생 전체와 트리플A에서의 3개월이 걸렸다”고 소개했다.

동료들도 경기 후 라커룸에서 맥주샤워까지 해주는 등 축하해줬다. 보치 감독은 “황재균은 (다음 경기가 열리는) 피츠버그로 가는 비행을 하게 될 것”이라며 당분간 그를 주전으로 활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보치 감독은 당초 1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 부상에서 복귀하는 에두아르도 누네스를 3루로 쓸 계획이었다. 하지만 황재균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침에 따라 누네스를 좌익수로, 황재균을 3루수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황재균은 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팀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황재균의 결승포로 샌프란시스코는 콜로라도와의 3연전을 싹쓸이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MLB닷컴은 “황재균의 홈런이 샌프란시스코를 올 시즌 첫 시리즈 스윕으로 이끌었다”고 극찬했다. 황재균은 “팀이 어려운 상황인 것은 알고 있다. 벤치를 지키든, 경기에 나가든 팀에 좋은 자극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황재균과 동갑내기 친구 류현진(LA 다저스)의 맞대결 가능성도 생겼다. 황재균은 ‘머큐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이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 경기 때 LA로 오라고 했다. 시리즈 첫날인 7월 28일이 내 생일이다. 만약 내 생일에 경기에서 만난다면 아마 류현진은 생일 선물로 한가운데 패스트볼을 던져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류현진은 이날 LA 에인절스전에 선발등판해 5⅔이닝 동안 7피안타(1홈런)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다. 5회까지는 무실점 투구를 이어가 6월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기대를 키웠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93.1마일(약 150㎞)까지 나왔다. 하지만 또다시 홈런에 울었다. 6회 2사 2루에서 안드렐튼 시몬스에게 좌월 투런포를 얻어맞고 실점했다. 이어 마틴 말도나도와 제프리 마르테에게 연속 안타를 얻어맞고 강판됐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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