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홍콩 반환 20주년 취재] “일국양제는 거짓말… 홍콩인들은 자치권을 원한다”

입력 2017-06-30 05:05:0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부인 펑리위안 여사(오른쪽)와 함께 29일 홍콩에 도착해 환영객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뉴시스
 
아우녹힌 범민주 시민단체 민간인권진선 소집인이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반환 20주년 시위 계획을 밝히고 있는 모습. 권준협 기자


홍콩 시민들은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 7월 1일부터 매년 이날 시위를 벌였다. 범민주 시민단체 민간인권진선(민진)이 2003년 국가안전법(국가보안법) 제정을 반대하는 시위를 주최하면서 주권 반환일 시위는 정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을 맞아 오는 1일 대규모 시위를 주최하는 단체도 바로 민진이다. 민진은 비정부기구(NGO), 범민주 정당 등 50개 단체와 연합해 자결 의지를 알릴 계획이다.

국민일보는 29일 정오 홍콩 코즈웨이베이의 교직원협회 건물에서 아우녹힌(區諾軒·30) 민진 소집인(위원장)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우 위원장은 “민진의 올해 시위 슬로건은 ‘일국양제 거짓말 20년, 홍콩 민주주의 정부를 되찾자’로 정했다”면서 “20년간 일국양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유와 기본권도 무너졌다. 중국 정부는 보통선거권을 주겠다는 약속을 미뤘고 홍콩 기본법(헌법 격)을 해석해 사법기관의 독립성도 해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정치적으로 민감해하는 책을 판매한 코즈웨이베이 서점 주인은 사법 절차도 없이 체포됐다”고 지적했다.

민진은 매년 반환일에 빅토리아 공원에서 시위를 열었지만 올해는 장소 허가를 받지 못했다. 홍콩 당국이 자선단체에 우선권을 준다는 명분으로 친중 단체에 허가를 내줘서다. 왜 유독 올해만 허가를 해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우 위원장은 “친중 진영에서 시위를 막는 것이 중국 정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바보 같은 행동을 한 것 같다. 과거에는 서로 다른 시간에 같은 장소를 이용하는 식으로 배려했지만 올해 관행이 깨졌다”고 답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행정수반) 당선인의 임기도 1일 대규모 시위와 함께 시작된다. 시위 진행 상황은 시 주석과 람 당선인에게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우 위원장은 “람 당선인이 중국 정부에 좌지우지돼 모욕적으로 느낀다”며 “불만 표출은 홍콩의 역사를 위해 중요하다”고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또 “예상 시위 인원은 10만∼15만명 정도로 본다. 2014년 홍콩 최대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 이후 최대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제이슨 응 홍콩대 겸임교수는 홍콩프리프레스를 통해 “시위 참여율이 람 당선인의 향후 국정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산혁명의 주역 네이선 로 데모시스토당 주석과 조슈아 웡 비서장(사무총장) 등 26명은 전날 중국이 1997년 주권 반환일을 맞아 선물한 골든 바우히니아 광장의 조각상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다 구금됐다. 이에 대해 아우 위원장은 “이들 26명은 시민들이 1일 시위에 참여하도록 독려한 것일 뿐”이라고 변호했다. 그러면서 “많은 시민은 이들이 구금된 것을 보고 시위에 꼭 나오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아우 위원장의 최종적인 목표를 물었다. 그는 “홍콩인들은 영국과 중국 정부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며 “홍콩이 양국이 약속했던 고도의 자치권을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정오 펑리위안 여사와 홍콩에 도착해 2박3일간의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그가 홍콩을 찾은 것은 부주석 시절인 2008년 7월 이후 9년 만이다. 시 주석은 “홍콩이 20년간 이룩한 거대한 성과를 열렬히 축하하기 위해 왔다. 앞으로 더 좋은 성과가 있길 기원한다”며 “일국양제를 보장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중국 정상이 도착하면서 홍콩 도심 주변은 시위대와 경찰 간 대치로 긴장에 휩싸였다. 민진은 30일 밤 시 주석이 머물거나 방문할 예정인 완차이 르네상스 홍콩 하버뷰 호텔 또는 완차이 컨벤션전시센터 주변에서 시위를 열 계획이다.

홍콩=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