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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노트] 성장 곡선

입력 2017-06-30 17:35:01
외젠 얀손의 ‘기계체조 링 선수 No.2’


운동은 항우울제만큼 효과가 좋다. 가벼운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약을 먹거나 상담을 받아도 좋지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운동을 적극 권한다. 자력으로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고 돈도 들지 않으니까. 그런데 “운동 하세요”라고 권하기는 쉬워도 실천하도록 동기를 불어넣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운동을 처방하면 대체로 이런 말부터 나온다. “의욕이 생겨야 운동을 하지요.” 꿈쩍하기 싫고 뭘 해도 재미가 없는데 운동을 어떻게 하느냐며 답답해한다. ‘당신이 나의 괴로움을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라는 듯 불만을 내비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운동을 잘게 쪼개면 된다. 30분을 걸으면 좋지만 이게 부담스럽다면 15분이라도 좋고, 만약 이것도 힘들면 5분이라도 걸으라고 한다. 이것도 못하겠다면 실내복 대신 운동복으로 갈아입기만이라도 하라고 한다. 이것도 어렵다면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운동화를 검색해 보거나 운동하는 사람의 사진이라도 찾아보라고 한다. 누워서 꼼짝하기 싫다는 사람에게는 소파에 앉아 있기만이라도 하라고 한다. 이렇게 신체 활동을 작은 단위로 줄여 나가다 보면 의욕 저하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도 ‘이 정도는 할 만하다’고 느끼는 활동을 찾아낼 수 있다.

이런 기법을 떠나서 모든 활동의 시작은 ‘무조건’에서 비롯된다는 걸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를 뒤에서 밀어 움직이게 할 때 처음에는 무척 힘들지만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적은 힘으로도 앞으로 쑥 나가는 것처럼 운동의 시작 원리도 이와 똑같다. 어렵더라도 시작해서 무조건 밀고 나가야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쉽게 쭉쭉 뻗어나가게 된다.

인간의 성장은 시간 흐름에 따라 우상향의 직선이 아닌 J자의 곡선 형태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뭔가를 시작할 때 좋은 효과가 빨리 나오기를 기대하지만 한동안 힘만 들고 오히려 퇴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폭발적인 상승이 J자를 그리며 나타난다. 우울증에서 운동의 효과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힘들어도 꾸준히 몸을 움직이다보면 의욕 저하에서 탈출할 수 있다. 시간을 묵묵히 견디며 꾸준히 노력한 사람이 진정한 성장을 이루는 것처럼 말이다.

김병수(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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