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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밀월’ 깨지는 소리… 트럼프, 대만에 무기판매

입력 2017-07-01 05:05:05


미국이 29일(현지시간)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간주하는 중국은 강력 반발했다. 미국은 지난 27일 ‘2017 인신매매 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최하위 등급인 3등급 국가로 분류한 데 이어 중국을 자극하는 조치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미 재무부도 이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하고 중국인 2명과 기관 1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밀월 관계를 보였던 양국 관계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29일(현지시간) 대만에 14억20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 상당의 무기 판매 계획을 의회에 통보했다고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판매 무기는 조기경보레이더 관련 부품과 대(對)레이더 미사일, 기뢰, SM-2 미사일 부품 등 7개 품목이다.

앞서 28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항공모함 등 미 해군 함정의 기항지로 대만 항구를 허용하는 내용의 ‘2018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을 처리해 상원 전체회의로 넘겼다. 미 해군은 1979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이후 해군 함정을 대만에 정박시킨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는 워싱턴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대해 “미국에 단호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면서 “양국 간 상호 신뢰를 해치고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때의 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밀월 관계가 끝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인 지난해 12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중국을 격앙케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미온적 태도에 실망하며 독자 제재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이후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압박이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이날 미 재무부의 단둥은행 제재도 미국이 그동안 중국 은행을 직접 제재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특단의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이 대북 제재 조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치를 전면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 측면이 강하다.

미국의 잇단 강공에 중국은 발끈하고 나섰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무기 판매는 중국의 주권과 안전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단둥은행 제재와 관련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체계 밖에서 실시하는 독자 제재를 일관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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