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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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교회다움’은 도덕성에서 나온다

입력 2017-07-03 00:05:01


몇 년 전 우리교회는 경남 의령에 또 하나의 형제교회를 세웠습니다. 파송된 목사님이 그곳에 세를 얻어 몇 명의 지역 주민을 전도해 교회를 이루게 됐습니다. 예배당을 지을 땅을 찾아 나섰는데 마침 적절한 땅이 나와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1322㎡(약 400평)의 땅을 4000만원에 사기로 했고 우리 성도 중 한 분이 기쁨으로 헌금을 했습니다.

땅 매매계약을 위해 부동산을 찾은 파송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땅주인이 다운계약서를 써달란다는 것이었습니다. 계약서에 매매가를 1000만원으로 써달라고 했는데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1000만원 주고 산 땅을 4000만원에 팔면 1800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답니다. 그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허위 계약서를 쓰자고 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묻는 파송 목사님에게 저는 “목사님, 몰라서 물어요”라고 짧게 답했습니다.

물론 계약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땅을 샀습니다. 더 큰 땅, 2314㎡(약 700평)를 7000만원에 매입했습니다. 4000만원을 헌금한 성도는 기쁨으로 3000만원을 더 헌금해 주셨습니다. 돈은 더 들었지만 참 기뻤습니다. 예배당을 짓는 것이니 일단 사고 보자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직한 태도가 예배당 건축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더 좋은 땅을 사게 되니 여러 가지로 유익했습니다. 우리 교인들에게도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목사와 교회가 정직함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땅을 사지 못하더라도 다운계약서를 거절함으로써 교회와 목사가 모든 일을 정직한 방법으로 처리한다는 것을 그 불신자에게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절대적으로 옳기 때문이었습니다.

교회가 세상에 믿음을 줘야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정직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손해보고 늦어지고, 하려던 것을 못하게 되더라도 정직할 수 있을 때 세상이 존중하고 박수를 쳐줄 것입니다.

예수 믿는 사람인데 부정한 방법, 정직하지 못한 길을 아무런 고민 없이 따라간다면 하나님께서는 결코 기뻐하시지 않습니다. 스스로도 편안할 수 없습니다. 설사 그렇게 해서 성공한들 그것이 어찌 교회일 수 있겠습니까. 어찌 선한 열매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경쟁력은 돈이나 학력이나 여타의 힘이 아닙니다. 정직이요, 정의요, 깨끗함입니다. 능력보다 도덕성입니다. 그것이 세상을 이기는 힘이요, 교회를 교회 되게 할 것입니다.

종교개혁 500주년,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삶입니다. 예배당 구조나 교회 조직의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도덕적 삶으로의 전환입니다. 그렇게 하면 혹시 구조나 제도가 잘못돼 있어도 모든 일의 결과는 착함과 신실함이라 믿습니다.

몇몇 개혁자들이 목숨을 걸고 종교개혁을 이룬 것처럼 우리가 도덕적 삶에 목숨을 걸지 않는 한 진정한 교회개혁은 없습니다. 기념식 몇 번 하고 세미나 개최하며 500주년을 보낸다 한들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제는 정직입니다.

김관선 목사(서울 산정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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