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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무좀환자 지난해 118만명… 무좀균 모르면 손발이 고생

입력 2017-07-04 05:05:04
손발톱 무좀의 여러 유형들. 표면이 하얗게 혹은 황갈색으로 변색되거나 손발톱 바닥이 두꺼워지고 쉽게 부서진다. 가려움이나 통증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대한의진균학회 제공






직장인 송모(49)씨는 4∼5년 전부터 여름철만 되면 발가락 사이가 가렵고 물집이 잡히는 무좀 증상으로 고생해 왔다. 그때마다 약국에서 피부 연고만 사서 발랐다. 2년 전부터는 양쪽 엄지발톱이 조금씩 두꺼워지며 누렇게 변하기 시작했다. 방치했던 발가락 무좀이 발톱으로 옮겨 간 것. 1년간은 그런 줄도 모르고 지냈다. 지난해 두 번째 발가락 발톱으로 색깔 변색이 퍼지면서 피부과를 찾았고 치료를 시작했다. 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송씨처럼 손발톱 무좀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이들은 지난해 118만명에 달했다. 남성의 전유물처럼 돼 있지만 실제론 여성(52%)과의 비율이 비슷했다. 연령별로는 50대(26%) 60대(20%) 40대(19%) 70·30대(각 12%) 순으로 많았다. 환자가 가장 많은 시기는 8월(30만명)이었다. 무좀균이 좋아하는 덥고 습한 환경 때문이다.

치료 힘든 발톱 무좀

문제는 발가락에 심한 가려움증과 짓무름 등이 나타나는 피부 무좀과 달리 딱딱한 손발톱의 경우 가려움이나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손발톱 색깔이나 모양을 눈여겨보지 않으면 무좀에 걸린 사실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무좀은 곰팡이 일종인 진균(90%가 피부사상균) 감염으로 생긴다. 대개 발가락 사이, 발바닥, 발뒤꿈치 순으로 시작해 치료 않고 놔두면 손발톱이나 사타구니 얼굴 머리카락 수염 등 몸의 여러 부위로 번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전염성이 강해 가족 친구 등에게도 퍼지기 십상이다. 전체 무좀의 46%가 손발톱 무좀이며 그중 발톱 무좀이 70%를 차지한다.

무좀균은 손발톱을 파고들어 가 살기 때문에 피부 각질에 기생하는 일반 무좀에 비해 치료가 더 힘들다.

부산대 의대 피부과 고현창 교수는 “어린이와 노인 등 면역력 약한 사람은 무좀균 감염에 더 취약하고 특히 당뇨병이나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말초혈액질환자, 에이즈 등 면역결핍자가 손발톱 무좀에 걸리면 재발 위험이 높아질 뿐 아니라 골수염, 피부괴사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뇨 환자의 경우 발톱 무좀으로 주변에 상처가 생기면 발이 썩어(족부궤양) 발가락을 잘라야 하는 경우도 있다.

평균 3년7개월 방치

무좀에 걸리면 손발톱이 두꺼워지고 표면이 거칠어진다. 갈라지거나 부스러지기도 한다. 핑크빛 손발톱이 하얗게 혹은 황갈색으로 변한다. 대한의진균학회가 최근 만 20세 이상 남녀 6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8명꼴(79%, 493명)은 이런 증상을 하나 이상 경험했다고 답했다. 증상 경험 기간은 평균 3년7개월이나 됐다. 손톱이 두꺼워지는 증상을 겪은 296명은 평균 4년5개월간 방치하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고 있었다.

손발톱 무좀 경험자의 64.1%는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기보다는 ‘자가(스스로) 진단’에 매달렸다. 이후 취한 조치로 ‘약국에서 바르는 연고(국소 치료제) 구입·사용’이 36.9%로 가장 많았고 손발 청결 관리(31.6%), 병원 처방(23.9%), 아무 조치 취하지 않음(5.3%), 기타(2.3%) 순이었다.

진단과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치료 기간은 한없이 길어졌다. 손발톱 무좀 경험자의 평균 치료 기간은 약 2년(23.7개월)이었고 그 이상 치료했다는 응답도 34.8%나 됐다. 치료 시 어려운 점이나 불만사항(복수응답)으로 장기간의 치료(68.6%) 반복적인 재발(61.5%) 치료 효과가 낮음(43.8%) 치료 불편(29.8%) 치료제 부작용 심함(15.7%) 치료비가 너무 많이 듦(12.4%) 등이 꼽혔다. 이는 자의적인 치료 중단으로 이어졌다. 병원 치료 경험자의 절반이 넘는 54.6%는 완치 판정 전에 치료를 중단했다고 답했다.

건국대병원 피부과 이양원 교수는 “무좀균이 제거되고 손발톱이 새로 자라날 때까지 치료해야 재발하지 않는다. 보통 손톱 6개월, 발톱은 12개월 정도 치료하며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발톱 무좀에 대한 일반 인식도 높지 않은 편이다. 전체 응답자의 52.8%는 “손발톱 무좀이 깨끗이 씻고 관리만 잘하면 나을 수 있는 질환”이라고 답했다. 무좀은 항진균제를 사용하지 않고는 자연치유가 안 된다. 대한의진균학회 최종수(영남대 의대 교수) 회장은 “손발톱 무좀을 가볍게 여겨 눈으로만 보고 스스로 진단하거나 치료를 대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빙초산 목초액 사용 역효과 날 수도

무좀은 나아지나 싶다가도 재발을 반복하는 골칫거리다.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들에 혹하기 쉽다. 서울에 사는 60대 정모(여)씨도 발톱 무좀에 식초와 밀가루, 백반가루, 설탕을 반죽해 저녁에 바르고 자면 좋다는 주변의 얘기를 듣고 한 달 반가량 1주일에 1∼2차례 따라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식초와 지사제인 정로환을 섞어 바르거나 빙초산, 목초액(숯 추출물) 등을 썼다가 큰 화를 당하는 사례도 종종 보고 되고 있다. 대한의진균학회지는 몇 년 전 연구논문에서 “민간요법에 많이 이용되는 정로환과 식초의 경우 각각 항진균 작용을 보였지만, 두 약제를 섞어 사용하는 방법은 객관적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자극성 피부염이나 2차 세균감염으로 이어져 병원을 찾는다”며 경계했다.

고현창 교수는 “강산성을 띠는 빙초산이라도 각질이 두꺼운 손발톱에 침투해 사는 진균까지 죽이진 못해 효과적이지 못하며 오히려 피부 손상이나 심한 염증, 화학적 화상을 초래할 수 있고 손상된 피부로 세균이 들어갈 경우 피부 궤양이나 괴사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목초액의 경우 알레르기 체질의 사람에게 접촉성 피부염으로 인한 가려움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레이저 열로 치료

대한의진균의학회는 국내 처음으로 손발톱 무좀의 진단 및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급에 나섰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 무분별하게 난립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손발톱 무좀 환자의 형태나 개별 특성, 최신 치료법 등을 감안한 신뢰할 만한 지침을 내놓은 것이다.

손발톱 무좀은 치료 시작 전 전문의의 임상진단(육안)과 ‘진균학적 검사’가 꼭 병행돼야 한다. 전북대 의대 피부과 박진 교수는 “일선 피부과에서 육안으로만 진단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손발톱 질환이 손발톱 무좀으로 오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발톱 변형의 50% 이상은 다른 원인(손발톱박리증, 굽음증, 흑색손발톱, 주위염, 사마귀, 녹색손발톱, 건선 등)에 의해 발생하는데, 일반인이 손발톱 무좀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손발톱 무좀 치료는 원인 균의 종류와 치료제 부작용, 약물 상호작용, 환자 나이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한다. 바르는 항진균제(국소 치료제)의 경우 효과가 나타나려면 손발톱에 침투해 균을 완전히 제거할 때까지 남아있어야 하는데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먹는 항진균제를 함께 써야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

다만 먹는 항진균제에 과민 반응이 있거나 만성 간질환 및 중증 신부전 환자, 임신·수유부는 투약해선 안 된다. 먹는 항진균제와 약물 상호작용이 있는 고지혈증약, 항히스티민제 등도 병용 금지다. 의사와 충분한 상담이 우선이다. 이밖에 감염된 손발톱을 수술 등으로 제거하는 방법도 보조적으로 쓰인다. 피부사상균 등 약물 치료만으로 잘 낫지 않는 유형에서 선별적 시행이 권고된다.

최근 약물치료가 불가능한 손발톱 무좀 환자에게 비교적 안전한 대안으로 레이저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손발톱 표면에 레이저를 쏘아 나오는 고온의 에너지로 무좀을 제거하는 것이다. 주위 정상 피부에는 손상이 가지 않고 무좀균이 있는 손발톱 안쪽 깊숙이까지 조사해 열에 약한 곰팡이를 죽이는 원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손발톱 무좀 치료에 유일하게 허가한 ‘핀포인트 레이저’가 일선 피부과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서울 강남아름다운나라피부과 이상준 박사팀은 국내 처음으로 핀포인트 레이저를 이용한 손발톱 무좀 환자 임상치료 결과를 지난해 미국피부과학회에서 발표했다. 의료진은 환자 90명의 총 253개 손발톱을 대상으로 30명은 레이저, 30명은 바르는 약, 30명은 바르는 약과 레이저를 함께 적용해 4주 간격으로 2회 치료하고 3개월 후 경과를 관찰했다. 이상준 박사는 “레이저만 활용해 치료한 경우 78.3%가 개선됐고, 바르는 약 사용군은 12.2%, 두 가지 치료법 적용군은 80.8%의 치료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글=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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