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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 본토 위협’ 현실화… 동북아 안보지형 급변

입력 2017-07-04 23:50:01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최종 성공한다면 동북아 안보질서는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자국 본토가 적의 위협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미국은 훨씬 강경한 대북 압박 수단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도발보다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던 중국과 러시아도 전략적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ICBM의 실전배치를 완료할 경우 앞으로 훨씬 공격적인 핵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북한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병력을 차단한다는 제한적인 목적으로 핵을 사용하겠다고 밝혀왔다. 북한이 ICBM까지 보유한다면 미국 대도시를 직접 핵으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미국 국민의 전쟁수행 의지를 사전에 꺾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한·미동맹의 핵심인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공약은 근본부터 흔들린다. 미국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군사적 능력으로 한국을 보호한다는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능력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민 희생까지 무릅쓰고 한국을 지킬지는 확신할 수 없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4일 “북한이 ICBM을 보유하려는 의도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때 미국 본토를 위협함으로써 1950년 한국전쟁 때와 같은 미국의 개입을 막고 한반도의 무력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의 ICBM 보유는 무엇보다도 한국의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정 실장은 이어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번 ICBM 시험발사에 대해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도록 반드시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ICBM 실전배치를 저지하기 위해 훨씬 극단적인 대북정책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군사적 옵션’이 진지하게 고려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은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ICBM 보유는 외교적으로도 파장이 적지 않다. ICBM을 개발해 실전배치까지 완료한 나라는 미국 등 5개국에 불과하다. 1974년 첫 핵실험 실시 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인도는 2012년에야 ICBM급 ‘아그니 5’를 처음 시험발사했다.

지난해 1월 수소폭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북한이 ICBM까지 보유한다면 사실상 핵보유국에 준하는 자격을 얻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책임있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자신들의 목표에 더욱 바짝 다가가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북한을 감싸왔던 중국도 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오는 11월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를 계기로 지배체제를 재편하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입장에서 북한 리스크가 커지는 것은 결코 달갑지 않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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