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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帝에 꺾인 꽃들’ 영상 첫 발굴

입력 2017-07-05 18:00:01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70여년 전 조선인 위안부 영상을 발굴해 5일 공개했다. 왼쪽은 앞서 공개됐던 조선인 위안부 사진이고 오른쪽은 이번에 공개된 영상을 캡처한 것인데 2명은 동일 인물(원 표시)로 보인다. 인권센터는 영상에 나오는 여성 7명 중 최소 5명은 조선인 위안부가 맞다고 밝혔다. 뉴시스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년 9월 중국 윈난성 쑹산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일하다 연합군에 체포된 조선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발굴됐다. 그동안 조선인 위안부 사진은 공개됐지만 영상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의 지원을 받은 서울대 인권센터는 2년여의 조사 끝에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70년 넘게 잠자고 있던 조선인 위안부 영상을 발굴했다며 5일 공개했다.

공개된 18초 분량의 흑백 영상에는 포로로 잡힌 여성 7명의 모습이 보인다. 모두 맨발에 낡은 옷을 입었다. 한 여성은 일본인인 듯 기모노 차림이다.

영상 발굴을 주도한 강성현(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영상에 나오는 여성 7명 중 최소 5명은 조선인 위안부가 맞다”면서 “쑹산 점령 직후 미군 사진대가 촬영한 조선인 위안부 사진들이 이미 공개돼 있는데, 영상 속 여성 5명은 사진 속 조선인 위안부들과 얼굴, 옷차림 등에서 일치한다”고 밝혔다.

미군이 쑹산에서 촬영한 위안부 사진은 고 박영심 할머니가 지난 2000년 사진 속 만삭의 여성이 자신이라고 밝힘에 따라 조선인 위안부 사진으로 판명됐다. 연합군은 1944년 6월부터 일본군이 점령한 쑹산, 텅충, 룽링 등을 공격했고 9월 7일 쑹산을 점령했다. 당시 쑹산에서 일하던 조선인 위안부 24명 중 10명이 생존해 연합군의 포로로 잡혔다는 기록과 이들 10명의 명단은 미군이 작성한 ‘쿤밍 포로심문 보고서’에 남아 있다.

강 교수는 “당시 미군 사진부대는 스틸사진과 영상을 담당하는 병사가 2인1조로 움직였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진이 있다면 영상도 반드시 있을 것으로 보고 당시 미군 필름을 뒤졌다”며 “영상은 1944년 9월 8일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굴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또 “12·28합의(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여러 압력이 있어 어려웠는데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후원해 결실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당시 여성가족부 등 정부가 위안부 자료 발굴 작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등 압력을 가했다는 의미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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