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HOME  >  시사  >  출판

[지구촌 베스트셀러] 위숴의 ‘산아 산아, 어룬춘 수렵민 구술사’

입력 2017-07-07 05:05:04




어룬춘족은 중국에서 가장 최근까지 수렵 중심의 생활을 했던 민족이다. ‘산꼭대기에 사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진 어룬춘족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1950년대 대대적인 민족 이주 정책으로 산에서 내려왔다. 1996년 사냥 금지로 수렵 생활의 근간이었던 총도 국가에 반납하면서 지금은 농경중심의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한족과 섞이면서 문화도 서로 주고받았다. 어룬춘족인 우위안강은 “우리는 한족으로부터 농사법을 배웠고 그들은 우리에게 사냥 기술을 배웠다”고 말했다. 특히 문화대혁명 시기 어룬춘족의 샤먼들은 대부분 처형당했다. 어룬춘족의 샤먼 문화는 더 전수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어룬춘족 인구는 8000여명. 청년들은 도시로 떠났고, 그들은 더 이상 어룬춘말을 하지 못한다.

2권으로 된 ‘산아 산아, 어룬춘 수렵민 구술사’는 사라져가는 이들의 문화와 지혜를 복원하고 있다. 홍콩이공대 문화인류학자 위숴 교수와 40여명의 학생들이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네이멍구 어룬춘족 거주 지역에 머물며 37명의 주민을 심층 인터뷰했다. 주민들의 개인사 정리를 비롯해 문자가 없는 어룬춘족의 일상 언어를 담은 사전까지 만들었다. 파리10대학 박사 출신으로 알프스 고원지대 목동의 삶을 관찰했던 위숴 교수는 자연과 공존하는 어룬춘족의 삶의 지혜는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어룬춘족 사냥꾼들은 한 번의 식사를 위해 필요한 것 이상의 사슴을 죽이지 않는다. 임신 중인 멧돼지나 어린 물고기를 잡으면 그대로 놔준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