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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 도발 경고와 동시에 “흡수통일 추진 않겠다” 약속… 文 대통령 ‘뉴베를린 선언’

입력 2017-07-06 21:35:02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옛 시청에서 쾨르버재단 초청연설을 마친 뒤 노라 뮐러 재단 이사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베를린 옛 시청은 독일 통일을 상징하는 역사적 건물이다. 독일 통일조약 체결을 위한 동·서독 간 협상이 진행된 곳이다. 문 대통령은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독일 쾨르버 재단에서 밝힌 ‘뉴베를린 선언’은 한반도 냉전 구도 해체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목표로 삼고 있다. 1953년 이후 60년 넘게 이어진 불안한 정전 체제하에선 공고한 평화를 이룰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로 안보 위협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대북 정책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 압박과 제재, 대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계적·포괄적으로 북핵 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 대북 구상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미다. 다만 문 대통령이 제시한 대북 정책 상당수가 당장 실현되기 어려운 것들이어서 원칙론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오직 평화”라며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의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운을 뗐다.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이뤄낸 1·2차 남북 정상선언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고,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은 평화가 정착되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일이지 인위적으로 추진할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군사적 긴장 완화를 겨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는 과거보다 훨씬 고도화되고 어려워졌다”며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단계적·포괄적 북핵 해결을 거듭 밝혔다. 동시에 북한을 향해서도 핵 도발 전면 중단을 강력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라는 표현을 썼다.

문 대통령은 평화를 제도화하는 방편으로 남북 합의 법제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제시했다. 정권에 따라 기존 남북 합의가 휴지조각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단절된 남북을 경제벨트로 묶어 함께 번영하는 경제공동체 구상도 제시했다. 민간 교류 사업은 정치·군사 문제와 분리해 일관성을 갖고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5가지 정책 방향은 1990년 동·서독 통일을 모델로 삼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연설 초반 “독일 통일은 상호 존중에 바탕을 둔 평화와 협력의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줬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 중단, 남북 접촉 대화 재개 등을 공식 제안했다. 핵심은 이산가족 상봉이다. 문 대통령은 10·4 정상선언 10주년과 추석 명절이 겹치는 날 기존 합의를 이행하는 것으로 평화의 첫발을 떼자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대북 제안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북한의 ICBM 도발 이후 미국이 군사 옵션과 독자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한반도 안보 정세는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중국은 대화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러시아와 함께 반미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 ‘운전석’에 앉아 두 강대국 사이에서 적절한 외교를 펼칠 만한 여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글=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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