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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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유연웅] 세상을 바꾸는 힘, 사람다움

입력 2017-07-07 17:35:01


최근 연세대에서 일어난 사제 폭발물 사건은 충격을 안겼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사제 폭발물이 대학교 내에서 터졌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대학원생이 스승에 대한 개인적 불만으로 극단적인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경악스럽고 안타까움 역시 금할 길이 없다. 전문가들은 소통과 융화가 없는 경직된 사회 분위기가 만든 사건이라고 진단한다. 입시와 취업에 매몰되어 인성 교육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에서는 교수 인권침해 실태를 줄이어 고발하면서 관행적인 교수들의 ‘갑질’ 문화와 대학원생의 인권개선 및 권리장전 마련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윤리 붕괴 현상을 보면서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 역시 책임을 통감하며 반성한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인성, 즉 ‘사람다움’에 있다. 인성이란 자기 내면을 가꾸고 남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능력이다. 핵심 가치는 효와 예,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공감, 협동 등의 덕목이다.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가치이며, 인성을 구성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계기로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는 현 시점에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다움’은 더욱 빛을 발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로봇 등 ICT 신기술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변곡점에 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끼리의 치열한 경쟁을 넘어 기계와 경쟁하는 시대를 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한국 및 중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새로운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바로 ‘STEAM’ 교육이다.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s), 수학(Mathematics)의 앞 글자를 딴 합성어다. 대표적으로 코딩 교육이 있다. 이는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맞춤교육’을 도입해 코딩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가 단지 특정 영역의 전문가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따라하거나(follow), 빨리빨리(fast), 수직적인(vertical) 위계질서에서 연결(connect)이자 공유(share)이며 수평적인(horizontal)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필요한 역량은 폭넓은 소양과 논리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생각하는 영역’이다. 지식 교육이 아니라 협력과 나눔으로 새로운 세상을 여는 지혜를 가르쳐야 하며 사람다움이라는 올바른 인성이 밑바탕되어야 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매출액 500대 기업 100곳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면접 단계에서는 도덕성·인성(23.5점)의 중요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대로 회사와 직무에 대한 이해(9.1점), 직무 관련 기초지식(6.2점)은 비중이 작은 편이었다. ‘일은 배우면 되지만 사람은 안 변하기 때문’이라는 기업의 인식이 깔렸기 때문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의 핵심 역량은 결국 인성인 것이다. 자신을 조율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초 능력인 인성교육이 절실한 시기가 온 것이다. 이는 기계가 인간을 대신할 수도, 능가할 수도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세상을 바꾸는 힘,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다움에 있다. 결국 이해하고, 사랑하고, 배려하면서 시작되는 것이다.

유연웅 청소년상담심리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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