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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정규돈] 기로에 선 세계 증시

입력 2017-07-11 17:40:01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10년째 지속돼 온 국제금융시장의 환경이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시대가 끝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연준(Fed)은 이미 2015년 12월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제로금리 정책에서 탈피했고, 금년 6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연방기금금리를 1% 포인트 올렸다. 더구나 올해 하반기에는 그간 양적완화를 통해 매입한 국채 등을 줄여나가는 보유자산 축소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책은 그 자체로 채권금리 상승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시장에 풀린 과잉 유동성을 흡수함으로써 자산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에서도 통화정책 정상화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하반기에 양적완화 축소 내지 종료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며 영국(BOE)도 총재 발언을 통해 통화정책 긴축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중국 역시 금년부터 통화정책 방향을 완화 기조에서 중립으로 선회했고, 이에 의거해 시중 유동성을 긴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은 글로벌 금융정책의 기조 변화에 대해 국제금융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전망이 공존한다. 첫째는 그간 초저금리와 양적완화가 주식, 채권 및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면서 자산가격에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다는 시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통화정책 정상화가 본격 진행되면 상당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두 번째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자산시장을 지지했음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경제와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도 함께 개선되면서 버블로 단정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금리 상승기에도 체력(펀더멘털)이 충분하다면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금년 글로벌 주식시장은 후자인 펀더멘털의 지지가 뒷받침되면서 강세를 보였다. 상반기 중 선진국 주가는 7.1%, 신흥국 주가는 13.7% 상승했고 한국을 포함한 14개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주요국 수출 회복 및 기업실적 개선, 경제지표 호조 등에 힘입은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하반기에도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까? 우선 고려해야 할 변수는 경제 상황이다. 분석에 의하면 하반기에도 경기 회복세는 이어지겠지만 성장 모멘텀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분기부터 각국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고 있다. 상반기 주가 상승을 견인했던 주요국 기업 실적도 최근 들어 유가 하락, IT 업황 개선세 둔화 등으로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다.

주요국 주가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점 또한 부담이다. 현재 미국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예상이익 기준으로도 18배에 달해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미국의 무역 및 환율 갈등, 브렉시트 협상 난항, 지정학적 위험 등 정책적 불확실성이 하반기에 재부각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종합하자면 하반기 글로벌 주식시장은 상반기에 비해 상승폭이 제약될 수 있으며, 때때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불안 양상이 수시로 나타날 여지가 상당하다. 상반기에 다른 나라보다 양호한 움직임을 보인 국내 증시도 하반기에 대외 환경이 불안해지고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경우 이와 동조된 움직임을 보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외국인 순매수도 상반기에 비해 그 강도가 약화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글로벌 주식시장을 자전거를 탄 아이로 비교한다면 아이가 스스로 페달을 힘차게 밟을 수 있을 때까지 부모(중앙은행)가 자전거를 잡아주다(유동성) 서서히 놓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아이가 때때로 비틀거릴 때마다 일시적으로 잡아주며 균형을 잃지 않게 도와주고 있으나 금년 하반기에는 이러한 손길 없이 홀로 나아가는 첫걸음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유동성이 점점 줄어드는 초입에 선 글로벌 주식시장이 펀더멘털이라는 굳센 체력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할지 지켜볼 시점이다.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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