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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자-이도경] 답은 공교육에 있다

입력 2017-07-11 18:10:01


40% 안팎이었다면 편하게 기사를 썼을지도 모르겠다. ‘명문대생 10명 가운데 4명 고소득층, 교육 불평등 심각’ 정도로 기사 제목을 상상하며 국가장학금 데이터에 손을 댔다. 엑셀 작업이 마무리되자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은 인원과 9분위 이상 인원을 합친 비율이 70%를 넘어선다는 걸 알게 됐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지만 도저히 믿기 힘든 수치, 기사를 내보내려면 설명이 정교해야 했다.

70%를 설명하는 단서들을 여기저기서 모아봤다. 고교 진학단계부터 저소득층 자녀들이 걸러지고 있었다. 저소득층 학생에게 지원하는 교육급여 대상자 통계를 보면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고교일수록 교육급여 대상자가 적었다. 지역 명문으로 꼽히는 일반고와 인근 직업계고의 교육급여 대상자 비율이 20배가량 차이 났다(국민일보 3월 22일자 16면 참조). “학원 과외시킬 형편 안 되니 어설픈 대학 나와 실업자 되지 말고 기술 배우거나 공무원 시험 준비하라.” 저소득층 자녀에겐 현명한 충고로 통용되는 듯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교육비 격차가 9배까지 벌어졌다는 정부 사교육비 조사 결과도 의미심장했다. 해외 어학연수나 고액 입시 컨설팅 비용 등은 포함하지 않은 반쪽 통계였다. 그래서 사교육비 격차가 축소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애초 ‘있는 집’ 자녀를 타깃으로 만들어진 자율형사립고와 ‘월화수목금금금’으로 학원을 돌아야 들어간다는 특수목적고가 대입에서 일반고를 압도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는 통계도 유효했다.

잦은 입시제도 변화도 요인일 것이다. 학벌의 위력은 여전하다. 복지제도가 허술하고 노동시장이 양극화된 상황에서 학벌은 좋은 직업에 다가가는 강력한 수단으로 인식된다. 이 상태에선 고교체제나 대입제도 등을 뜯어 고쳐봐야 경쟁의 총량은 줄어들지 않는다. 경쟁의 총량은 그대로인데 경쟁의 방식만 바꿔왔다. 돈과 정보력으로 바뀐 룰에 적응하기 쉬운 고소득층에 유리한 환경이 계속돼 왔다. 어쩌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저소득층에 불리하다든지, 수능으로만 뽑아야 공평하다든지 등 논쟁은 더딘 공교육과 발 빠른 사교육 앞에 무의미한 입씨름일 수 있다.

‘김상곤 교육부’가 지난 5일 출범했다. 교육격차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공교육 경쟁력이 사교육을 압도할 때 사교육비도 잡고 교육격차도 해소될 수 있다. 다른 길은 없어 보인다. 입시제도만 손대봐야 소용없다는 점은 과거 정부들이 벌인 숱한 교육실험에서 입증됐다. 새 정부의 파격적인 공교육 지원책을 기대해본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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