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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베스트셀러] 마타요시 나오키의 ‘극장’

입력 2017-07-14 00:05:01




처녀작 ‘불꽃(花火)’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마타요시 나오키(又吉直樹)의 신작 장편소설 ‘극장(劇場)’이 문학작품으로서는 이례적으로 30만부의 초판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이는 신쵸사가 과거 출판한 책 중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판부수에 맞먹는 수준이다. 단 두 작품만 발표한 신인작가에게는 이례적인 대우이다.

전작인 불꽃이 개그 세계를 무대로 했다면 이번 작품은 연극계를 무대로 두 남녀가 만나 헤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남자주인공인 나가타는 중학교 시절부터 연극에 대한 꿈을 가지고 도쿄에 왔지만 자신감은 결여된 인물이다. 그런데 나가타가 우연히 도쿄거리를 거닐다 화랑을 엿보고 있는 사키와 만나게 된다. 나가타는 그녀를 보는 순간,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무조건 그녀의 뒤를 따라가게 된다.

이 소설은 한 서투른 남자의 연애이야기이다. 연극을 통해서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남자에게 연애는 어쩌면 비일상적인 환영과 같은 것이고, 그런 그에게 연애를 하는 것은 극장에서 연극을 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볼 수 있다. 늘 사람들의 인파 속에서 어정쩡하고 불편한 감정을 가지게 되는 모자란 남자가 그렇지 않게 되는 순간, 그리고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순간이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소설 속 남자주인공은 도통 성장이라는 걸 모른다. 시종일관 자기중심적이고 둔감하다. 한류 드라마 속 멋진 남자주인공과 비교하면 도통 매력이라는 걸 느낄 수 없다. 그런데 그 모습이 자신에 대해서도 사랑에 대해서도 늘 불안해하는 우리네 모습과 묘하게 닮아 있다.

교토=유혜림 통신원(교토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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