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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함께 수다 떨고 싶다, 이 언니들!

입력 2017-07-14 00:05:01
최근 자전적인 내용의 에세이를 펴낸 미미시스터즈의 큰 미미(오른쪽)와 작은 미미. 미미시스터즈 제공




여성 듀오 미미시스터즈를 처음 만난 건 2011년 3월이었다. 독특한 인터뷰 자리였다. 두 사람은 본명 나이 고향 등을 밝히지 않았다. 이른바 ‘저렴한 신비주의’ 콘셉트를 표방하고 있어 웬만한 개인정보를 비밀에 부친 탓이다. 그래도 인터뷰를 하려면 두 사람을 각각 지칭할 단어가 있어야 했다. 무언가를 물을 때 호명할 두 사람의 ‘이름’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저희 둘을 각각 ‘큰 미미’ ‘작은 미미’라고 불러 주세요.” “키나 덩치가 비슷한데 누가 큰 미미라는 건가요?” “가슴 사이즈를 보세요. 바로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한 시간 남짓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사람은 과거 밴드 장기하와얼굴들에서 코러스 겸 백댄서로 활동하며 유명해졌다. 인터뷰를 한 2011년 3월은 이들이 팀에서 독립해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첫 음반을 발표한 시기였다. 앨범명은 거창했다. ‘미안하지만… 이건 전설이 될 거야’. 하지만 제목과 달리 앨범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신통찮았다.

그 후 6년여가 흘러 최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두 사람을 다시 만났다. 신비주의를 내세우는 팀이 별안간 자신들의 인생 스토리를 담은 에세이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책 제목은 ‘미안하지만 미친 건 아니에요’(달 출판사). 짙은 화장에 선글라스를 쓰고 무대에 올라 기묘한 퍼포먼스를 벌이는 두 사람을 안다면 누구나 웃을 수밖에 없는 제목일 듯하다.

“2014년 12월에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미미’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여인들의 에세이를 책으로 내고 싶다고. 망설이다가 수락했는데 마감을 100번은 어긴 것 같아요. 출판사에서 아무 글이나 써 달라고 해서 편한 마음으로 썼어요.”(작은 미미)

두 사람 모두 과거 시나리오나 희곡 공부를 한 이력이 있어서일까. 에세이는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미미시스터즈 결성 과정부터 장기하와얼굴들에서 독립한 과정, 뮤지션으로서 겪는 애환,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느낀 점을 맛깔나는 문장으로 풀어냈다. 물론 자신들의 자세한 개인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 미미시스터즈의 신비주의를 지켜야 하니까.

아울러 이들은 에세이 출간에 맞춰 책 내용에 걸맞은 ‘주제곡’까지 발표했다. 제목은 ‘주름파티’. 세월이 흐르더라도 춤추고 노래하며 ‘미미의 삶’을 살겠다는 다짐이 담긴 노래다. ‘우린 점점 이렇게 늙어가네/ 내 맘 속 철없는 아가씨야/ 자꾸 도망 가지마….’

“독자들이 저희 책을 읽고 ‘아, 이 언니들 만나고 싶다. 같이 수다 떨고 싶다’고 말해준다면 정말 기쁠 거 같아요. 많은 젊은 여성들과 소통하는 ‘언니’가 되고 싶어요.”(작은 미미)

“저희는 로커예요(웃음). 꿈은 (영국의 음악 페스티벌인) 글래스톤베리 무대에 서는 겁니다. 백발의 할머니가 돼서 글래스톤베리에 참가하면 정말 재밌을 거 같아요.”(큰 미미)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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